[역경의 열매] 김영걸 (8) “하나님 저는 어떤 길로 걸어가야 합니까”

김영걸 목사가 1992년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 서울동노회에서 목사안수를 받고 눈물을 닦고 있다. 목사 되기를 거부하던 김 목사는 성경 말씀을 통해 하나님 소명을 받았다.


아버지가 온양제일교회에서 사역하실 때 할머니는 가나안교회를 사임하시고 온양으로 오셨다. 당시 할머니는 위암 투병 중이셨다. 몸이 약해지셨는데도 늘 가정예배를 인도하시고 기도에 정진했다. 성도들은 할머니의 기도를 받으러 사택에 드나들었다.

할머니는 1978년 2월 하나님 품에 안기셨다.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다. 너무 슬펐고 할머니가 기도하신 대로 살지 못한 내가 너무 미웠다. 그때 나는 영적으로 방황하고 있었다. 할머니는 손자가 목사로 사역하기를 바라며 평생 기도해 오셨다. 그런데 내가 목사가 될 가능성이 없어 보이자 희망을 잃고 돌아가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도 내 신앙의 방황은 계속됐다. 절대로 목사가 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학창 시절 부모의 품을 떠나 홀로 서울에서 생활하면서 공부에 큰 뜻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곧바로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고 재수를 하게 됐다. 재수할 때도 목사가 되지 않겠다고 속으로 다짐하면서 교회 생활은 열심히 했다. 봉사하고 섬기는 것에 보람을 느꼈다. 교회에 잘 나온다고 신앙이 다 좋은 건 아니라는 걸 나는 청소년 시기에 일찍이 알았다.

나는 81년 충남대 이과대학 지질학과에 진학했다. 대학 시절에는 전공과목을 열심히 공부해서 관련 업계에 취직할 생각도 했다. 덕분에 대학에 가서는 열심히 공부했다. 대학 시절 공부하면서 과학자가 학문에 임하는 진지한 모습을 배웠고 과학이라는 학문의 엄청난 크기와 깊이를 조금이나마 알게 됐다.

대학교 4학년이 되자 내 인생의 진로를 결정해야 할 때가 가까이 왔다는 것을 느꼈다. 그때부터 내 깊은 마음속에서 “하나님 저는 어떤 길로 걸어가야 합니까”라는 기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어떨 때는 “저는 하나님 품으로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떠나 버리고 말았습니다”라는 기도를 드리기도 했다.

하나님께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마음과 하나님으로부터 도망가려는 마음이 싸웠다. 인생의 답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몰랐다. 그때 내가 선택한 방법이 성경이었다.

사실 나는 성경을 제법 열심히 읽어왔다. 중학생 시절에도 가방 속에 성경을 넣고 다니면서 읽었다. 고등학생 시절에는 학교에서 신앙부장을 하면서 성경을 자주 읽었다. 대학 때도 성경공부를 열심히 했다. 그저 성경을 열심히 읽기만 했다. 그러다 성경에 다른 마음가짐을 갖게 된 건 인생의 갈림길인 4학년이 돼서다. 말씀 한 구절 한 구절을 깊이 있게 묵상하며 읽었다. 지금 생각해도 이때 내 선택은 하나님의 은혜로밖에 표현할 수 없다.

성경을 읽으면서 나는 새롭게 거듭났다. 막다른 인생의 골목에서 진로를 앞에 두고 읽어 내려갔던 성경은 내게 답을 줬다. 어릴 적부터 목사가 되겠다는 기도가 쌓여있던 내 마음속에 다시 하나님이 찾아오셨다.

성경을 읽으면서 나를 주의 종으로 부르시는 하나님의 강력한 말씀을 경험하게 됐다. 성경을 읽다가 하나님 앞에 무릎 꿇고 두 손을 들고 말았다. 그동안 내 생각을 앞세워 달려왔던 인생을 다 내려놓기로 했다. 하나님 앞에 완전히 굴복하고 순종하기로 눈물로 다짐한 것이다.

정리=박용미 기자 m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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