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영걸 (14) 포항동부교회 부임… 성전 건축의 길 열어주신 하나님

김영걸 목사 부임 초기 포항동부교회 성도들이 경북 포항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 모든 성도를 수용하기 힘들 정도로 예배당이 좁아 김 목사는 교회 이전을 준비하게 됐다.


2003년 포항동부교회에 부임했던 때가 지금도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포항동부교회 성도들은 신앙생활을 열심히 했고 전임 목사님은 교회의 바탕을 잘 세운 뒤 은퇴하셨다. 이것만 해도 나는 참 복 있는 목회자라는 생각이 든다.

성도들은 젊은 목사가 왔다고 좋아하고 들떠 있었다. 성도 가정을 심방하면서 성도들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대각성 전도 운동도 열심히 진행해 많은 새 신자가 교회로 몰려들었다. 전교인 새벽기도 운동을 전개해 기도를 목회 동력으로 삼았고 찬양단을 창단해 예배를 역동적으로 이끌어가려고 노력했다.

그러던 어느 날 교회 안에서 예배당 리모델링 이야기가 나오다가 신축, 나아가 교회 부지 이전으로까지 논의가 확대되기 시작했다. 사실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큰 과제들이었다. 교회가 포항 전체를 품기 위해 좀 더 좋은 위치로 가는 게 발전적이라는 생각이 조금씩 모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교회를 이전하기에 알맞은 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당회 논의를 거쳐 교회 부지를 급하게 매입했다. 이제 공동의회를 통해 교인 전체의 결의를 거치는 일만 남아 있었다.

공동의회를 열던 날 성도들이 자리를 가득 채우고 앉아 있었다. 평소에는 공동의회에 소수의 성도만 참석했다. 그런데 예배당 1층과 2층에 교인들이 가득 차 있었다. 공동의회를 시작하자 교회 이전에 대한 반대 의견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2시간 넘게 토의를 진행하고 투표를 한 끝에 불과 20표 차이로 성전 이전이 통과됐다. 법적으로는 이전이 가능해졌지만 성도들의 갈라진 마음을 확인하게 됐다.

성도들의 마음을 하나로 만들어가는 게 급선무였다. 집집마다 심방하면서 성도들을 만났지만 이미 이전을 추진할 힘은 상실하고 말았다. 그 이후 나는 이전이라는 말을 꺼내지 않고 기도하면서 기다렸다. 마음속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교회를 떠날 수밖에 없겠구나’하는 생각까지 했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선 하나님께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기도하며 1년쯤 지났을 때 어떤 분이 교회를 찾아왔다. 교회가 사 놓은 땅 인근에서 아파트 공사를 시작하는데 우리 부지가 중간에 끼게 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파트 시행사 측에서 그 땅을 교회가 구입한 가격의 2배로 사겠다는 제안을 해왔다. 우리는 그 자리에 교회를 건축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팔 생각이 없었다. 다급해진 시행사는 다른 곳에 5만㎡(약 1만5000평) 땅을 구입해 교회가 사놓은 땅과 바꾸자고 했다. 우리 능력으로는 사기 힘든 더 좋은 부지였다. 생각하지도 않은 기적이 일어난 것이었다. 장로님도 성도들도 기뻐하며 부지를 바꾸기로 했다.

나는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직장 생활을 하거나 월급을 받아본 적도 없다. 성실하게 교회를 섬기면서 건강한 교회를 세워나가는 게 평범한 꿈이었기에 목회만 할 줄 알았지 땅을 어떻게 사고파는지, 계약서는 어떻게 쓰는 것인지 아무것도 몰랐다. 그런데 하나님은 내가 평생 꿈도 꾸지 않았던 성전 건축의 길을 열어주셨다. 건축 문제를 비롯해 내가 목회하는 중 어려운 일을 겪을 때마다 마음을 함께 해주고 앞장서 도와준 장로님들이 너무 고맙다.

정리=박용미 기자 m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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