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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뜬 mRNA 기술, RSV·계절독감으로 영역 확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급부상한 mRNA 기술이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계절 인플루엔자 등 다른 호흡기감염질환 백신 개발에 활용되고 항암백신이나 유전질환, 자가면역질환 등 다양한 치료제 개발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모더나코리아 제공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급부상한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술이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 3년간 활약한 코로나 백신을 넘어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계절 독감(인플루엔자) 등 여러 감염질환 백신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겨울철 노년층, 영유아 건강을 위협했던 RSV 백신이 최종 임상시험단계에 있어 조만간 독감처럼 예방하는 시대가 도래할 전망이다. 아울러 mRNA기술을 활용한 암 치료 백신(항암백신)을 비롯해 퇴행성뇌질환, 희귀유전질환 등 다양한 질병의 치료제 개발 연구도 활발하다.

모더나·화이자 선두 경쟁 치열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mRNA기술의 보폭을 가장 많이 넓히고 있는 곳은 mRNA 코로나 백신을 인류에 처음 안긴 미국 모더나와 화이자·바이오엔테크사(독일)다. mRNA는 몸속 세포에 단백질(항원)을 만들도록 명령하는 유전물질(일종의 설계도)이다. mRNA플랫폼의 최대 강점은 제조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것. 기존 백신이 바이러스를 대량 배양하는 과정이 필요한 반면 mRNA백신은 유전물질만 넣어주면 몸속에서 항원이 만들어지고 그에 대항하는 항체가 생성되는 원리다.

모더나코리아 의학부 김희수(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부사장은 “어떤 바이러스든 유전정보만 확인되면 빠르게 설계가 가능해 위기상황 시 신속 대응할 수 있다”면서 “mRNA플랫폼 즉,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만 갈아 끼우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모더나는 코로나 유행 초기 중국 우한 바이러스의 유전체가 공개된 지 45일 만에 백신 후보물질을 찾았고 11개월 만에 초스피드로 백신 완제품을 만들어냈다. 모더나는 2010년 창립 이후 10년 넘게 mRNA기술 개발 한 우물을 파왔다. 현재 호흡기질환과 맞춤형 항암백신, 희귀질환, 심혈관질환 등 48개의 mRNA의약품 후보물질을 갖고 있으며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것만 35개나 된다.

모더나는 지난달 중순 고령자 대상 RSV백신의 3상 임상시험 주요결과를 발표했다. RSV와 연관된 폐렴 등 하기도 증상의 예방 효과는 83.7%로 나타났다. 이를 기반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혁신신약 지정을 받은 상태다. 김 부사장은 “상반기에 FDA승인 신청 계획이며 다른 나라 허가도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한국도 허가 신청 첫 번째 국가 그룹에 속하며 시기는 올해 안이 될 것”이라고 했다. 모더나는 소아용 RSV백신도 개발 중이다.

앞서 지난해 말 화이자도 mRNA 방식의 RSV백신 임상3상 결과를 내놨는데, 모자 면역에서 생후 90일까지 81.8%, 생후 6개월까지는 69.4%, 고령자도 85.7%의 효능을 보였다. 다만 GSK가 다른 방식(단백질재조합+면역증강제)의 RSV백신 최종 임상시험 결과를 두 회사에 앞서 발표해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RSV는 가벼운 감기에서 중증 폐렴에 이르기까지 증상이 다양하지만, 유아와 노인은 세기관지염과 폐렴을 일으켜 위험에 처할 수 있다. 현재 RSV감염 치료제는 없으며 발열·호흡기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요법이 있을 뿐이어서 예방백신이 절실한 상황이다.

코로나+독감+RSV 예방, 주사 한 방으로

모더나는 mRNA 방식의 계절 인플루엔자 백신도 임상3상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올해 상반기 톱라인 데이터를 발표할 계획이다. 화이자도 독감백신 3상 진행 중이다. 현재 대다수를 차지하는 계란 배양 방식의 인플루엔자 백신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연초에 그해 유행 바이러스를 예측하고 3월쯤 바이러스 배양 등 생산 공정에 들어가 7~8월까지 완제품을 만들고 9월에 각 국가(북반구)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그 사이 바이러스 변이가 생기거나 해서 유행 예측이 빗나가면 예방 효과가 떨어지는 등 변수가 많다. 하지만 mRNA 방식은 제조 속도가 빠르므로 6월까지 변이 상황을 살피다가 생산에 들어가도 3개월 만에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는 만큼 예방 효과와 수급의 불안정성을 줄일 수 있다.

여러 호흡기질환을 하나의 백신으로 예방하는 mRNA 기반의 ‘콤보(혼합)백신’ ‘트리플 콤보 백신’도 개발되고 있다. 모더나는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 조합, 인플루엔자와 RSV 조합 백신의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나아가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 RSV의 겨울철 3대 호흡기질환을 한 번에 예방하는 ‘범호흡기 백신’도 임상 단계에 진입해 있다. 김 부사장은 “노년층의 경우 폐렴 사망 위험이 큰 독감과 코로나19, RSV 감염을 주사 한 방으로 예방하는 게 최종 목표”라고 했다. 화이자 역시 같은 방식으로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 콤보 백신을 개발 중이다.

항암백신 등 치료제 개발 활발

모더나는 아울러 mRNA 플랫폼을 이용한 ‘맞춤형 항암백신(PCV)’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암 치료 백신은 모더나 연구 프로젝트의 핵심으로 최초의 개발 목표였으며 그간 축적된 기술 덕분에 코로나19 백신도 신속하게 만들어 낼 수 있었다. 환자마다 다른 고유의 암세포 돌연변이 항원을 만들어내도록 지시하는 mRNA를 몸에 넣어줌으로써 체내 면역세포(T세포)가 변이 항원을 타깃해 파괴하도록 훈련하는 원리다. 면역시스템에 암 항원을 인식시켜 암세포를 더욱 효과적으로 공격할 수 있게 만든다. 체내 자체 면역반응을 이용한다면 미세하게 전이된 암세포도 잡아낼 수 있다는 기대다.

모더나는 지난해 12월 개발 중인 맞춤형 항암백신을 면역항암제(키트루다)와 병용하는 방식으로 흑색종(피부암) 환자 157명에 대해 진행한 임상시험(2b상)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키트루다 단독 사용 그룹에 비해 병용 그룹에서 재발이나 사망 위험이 44%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부사장은 “암 백신 단독으로 쓰기보단 면역항암제랑 같이 써서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최근 글로벌데이터 보고서를 보면 해외에서 임상승인을 받아 개발 중인 mRNA 기반 치료제는 16개 품목이다. 다만, 임상 2상까지 진입한 품목이 4개뿐이고 3상에 진입한 것은 없다.

국내에선 몇몇 제약사가 mRNA 방식 치료제 개발에 도전 중이지만 기술 수준의 한계로 아직 임상단계에 진입한 곳은 없다.

한국, 아직 코로나백신 집중

국내 제약사들은 mRNA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에스티팜, 아이진, 큐라티스 등 3곳인데, 아직 임상1·2상에 머무는 수준이다. 이들은 토종 mRNA 코로나19 백신 개발·생산을 목표로 엔데믹(풍토병화) 가시화에도 꿋꿋하게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다수의 코로나백신이 상용화되면서 개발 시급성과 사업성 등 동력이 크게 떨어졌지만 백신 주권 확보를 위한 기술력 및 기반의 필요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이유에서다.

백신 개발사의 한 관계자는 “다수의 코로나백신 등장으로 팬데믹 초기 물량 수급 불안이 해소되면서 국산 백신 개발의 시급성이 사라진 것은 맞는다”면서도 “노하우와 플랫폼 기술 확보 등을 통해 백신 주권을 확보하지 못하면 향후 신종 감염병 출몰 시 다시 해외 백신에 의존해야 하고 질병의 치명률이나 확산세가 심각할 경우 의료체계 붕괴, 국민보건안보에 커다란 위협이 된다는 걸 지난 3년간 팬데믹을 겪으며 경험했다”고 했다. 이어 “국산 mRNA 코로나 백신 개발을 끝까지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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