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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초롱-손수호] 국화와 향
제목을 보고 일본 이야기를 하는가 싶을 것이다. 루스 베네딕트의 책에서 이름과 운율만 빌렸다. 향은 동서고금의 중요한 의례에는 꼭 등장한다. 죽음의 의식에는 필수적이다. 국화는 일본에서의 의미와 달리 수수한 모습으로 추모의 공간을 엄숙하게 꾸미는 데 제격이다. 제단화나 화환 모두 국화다. 오늘은 이 국화와 향이라는 물건을 통해 우리의 장례문화에 대해 가볍게 논의해 보고 싶다. 향은 초혼의 의미가 있긴 하지만 나쁜 냄새를 없애는 실용적 성격이 강하다. 병풍 뒤에서 배어나는 이 고약한 냄새를 완화하기 위해 향을 쓰고, 향기가 강한 국화로 관을 꾸민다. ...
입력:2018-08-14 15:05:01
[살며 사랑하며-하주원] 선택의 기회
광복절이 되면 내가 겪지 못했지만, 지금 우리 삶에 큰 영향을 주는 일제 시대에 대해 상상하고 고민해보게 된다. 나는 진주 하씨인데 같은 성씨가 전국에 22만명가량인 데다가 나는 수도권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하지만 경남 진주 인근에서 활동하며 독립투사들을 끔찍하게 고문했던 진주 하씨 경찰에 대한 이야기를 알게 된 후, 그저 성씨가 같다는 이유로 마치 내 잘못인 것처럼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진주 하씨 문중에서 그의 친일 행적에 대한 기록을 없애기 위해 애썼다는 소문을 듣고도 몹시 부끄러웠다. 물론 어떤 사람이 나에게 지금 2018...
입력:2018-08-14 15:05:01
[돋을새김-권혜숙] ‘나 혼자 산다’보다 ‘같이 삽시다’
끝났는데 끝이 아니다. KBS1에서 방송되는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는 지난달 종방했지만 스페셜 방송이라는 타이틀로 그동안의 하이라이트를 모아 방송을 이어가고 있다. 소리 소문 없이 최고 10%의 시청률 효자 노릇을 한 덕분이다. 이 프로그램은 박원숙 김영란 박준금 등 혼자 사는 황혼의 여배우들이 경남 남해 박원숙의 집에서 함께 생활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보여주는 관찰 예능이다. 함께 살면서 가족 같은 신뢰가 생겨서인지 출연자들은 웬만해선 꺼내기 어려운 상처를 툭툭 털어놓는다. 박원숙은 외아들을 잃은 뒤 매일 유서를 쓴다고 했고, 이들...
입력:2018-08-13 15:05:01
[여의도포럼-김종민] 역사에서도 교훈 얻지 못하면
나라 잃은 조선의 역사는 변화하는 세상에서 기득권에 매달린 지배층이 얼마나 무력한지 보여줬다 미래는 예측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선택하는 것이다 건국절 등 소모적 논쟁 접고 미래지향적 유연성 갖춰야 올해 73주년을 맞는 광복절의 의미는 남다르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구한말 못지않게 심상치 않다. 경제는 활력을 잃은 채 추락하고 있다. 국론 분열과 계층 갈등은 심화돼 좀처럼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건국절을 둘러싼 논란을 거듭하고 있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한·일 양국의 대립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 ...
입력:2018-08-13 15:05:01
[살며 사랑하며-김태용] 비자림로는 느리게 가는 길입니다
얼마 전 제주 비자림로의 도로 확장을 위해 삼나무 900여 그루가 잘려나갔다. 시민들과 환경단체 등의 국민청원과 항의로 공사는 일시 중단되었다. 교통 불편을 해소하고 지역경제를 위한 정책으로 이해될 수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제주 신공항 건설을 위한 개발의 시작이라는 목소리들이 들려온다. 새로운 대안을 위해 공사는 중단됐지만, 언제나 그렇듯 개발과 보호가 맞설 때는 대부분 개발로 밀어붙였던 과거의 행정이 되풀이될 것 같아 우려된다. 한국의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되기도 한 비자림로는 제주에 가면 한두 번씩 지나가게 되는 길이다. 많은 사람들이 ...
입력:2018-08-12 15:10:02
[조용래 칼럼] 통일, 준비는 하되 입 밖엔 내지 말고
서독 동방정책, 미·영·프와 긴밀한 협조 유지하고 소련과의 관계도 중시함으로써 성공적으로 안착 북·미 간 오해가 쌓이면서 갈등 커져… 특히 한국이 북·미 양국에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접근해야 광복절을 앞둔 12일 주일, 교계는 8·15의 의미를 새기며 감사하고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해 거듭 염원했다. 일부에선 세계 교회와 남북 교회가 함께 만든 공동기도문을 읽으며 희망을 다졌다. 올 들어 4·27 남북 정상회담과 6·12 북·미 정상회담이 잇따라 열린 터라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향한 기대...
입력:2018-08-12 15:10:02
[뉴스룸에서-박재찬] 오만증후군
‘만(慢)’자의 쓰임새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거만한, 게으른, 늦은 따위의 뜻을 갖고 있는데 모난 성품을 말할 때도 종종 쓰인다. 자만 교만 거만 오만 같은 게 대표적이다. 속칭 ‘자랑질’로 볼 수 있는 자만은 자기 과시욕에서 드러난다. 교만은 여기에다 ‘건방진’ 뜻이 더 붙는다. 자만이 극에 달하면서 남을 깔보는 행태가 더해지는 것이다. 교만한 행동거지가 상대방 심기를 건드릴 정도로 심각한 게 거만이다. 오만은 자만과 교만, 거만함을 넘어선 수준이다. 오만불손한 사람은 제어하기 힘들다. 성경에는 이들 단어가 189차례...
입력:2018-08-12 15:05:01
[한반도포커스-김재천] 중국으로 기우는 동북아 안보지형
“중국을 깨우지 마라. 깨어나면 세계를 뒤흔들 것이다.” 1817년 세인트헬레나섬에 유배 가 있던 나폴레옹이 한 말이다. 200년이 지난 지금 나폴레옹의 예언은 현실이 됐다. 기존의 세계질서를 뒤흔드는 중국. 이를 수호하려는 미국. 미·중 관계는 21세기 국제정치의 최대 변수이고, 특히 동북아와 한반도 정세는 미·중 관계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다. 냉전 이후 동북아에는 미국의 상대적 힘의 우위를 토대로 한 ‘세력균형(Balance of Power)’에 대해 암묵적 합의가 유지되고 있었다. 미·중은 전략이익이 첨예하게 대립해 있는 ...
입력:2018-08-12 15:05:01
[빛과 소금-송세영] 한국교회와 3·1 운동
내년이면 3·1운동 100주년이다. 비폭력 저항의 정신으로 시작된 3·1운동은 세계사적 의미를 갖는다. 같은 해 5월 중국에서 전개된 5·4운동의 도화선이 되는 등 제국주의 침탈 아래에 놓여 있던 약소국과 식민지 각국의 저항운동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3·1운동의 비폭력 저항 정신은 지난해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재현됐다. 국내외 언론은 수많은 인파가 모인 촛불집회가 도심 한복판에서 평화적으로 진행된 것을 경이롭게 바라보며 높이 평가했다. 당시 시위대가 촛불 대신 화염병과 쇠파이프를 들었다면 비극적인 유혈사태로 번...
입력:2018-08-10 15:05:01
[제주에 산다] 제주에선 다 된다
제주공항에는 비행기에서 방금 내린 관광객이 쏟아져 나온다. 그들은 일상에서 벗어났고 연인이나 가족과 함께 있고 기대했던 스케줄이 기다리고 있다. 방금 하늘에서 푸른 바다와 한라산을 보았던 터다. 즐거운 표정으로 발길을 재촉하는 이들을 보고 있으면 덩달아 흥겨워진다. 이들이 제주시내에 나타나면 거리 패션이 화려해진다. 여자들은 잠자리 날개 같은 옷감을 끈으로 어깨에 걸친 원피스를 입거나 반드시 어깨가 나오는 티셔츠, 짧은 반바지를 입는다. 시원하기 위해 얇게 입는 건지 노출 경쟁을 위해 짧게 입는 건지 딱히 경계는 없지만 상스럽지 않고 싱그럽다. ...
입력:2018-08-10 15:05:01
[논설실에서] 폭염 온정
이것을 온정(溫情)이라 하자니 왠지 망설여진다. 충남 부여의 아파트 무인택배함 앞에 지난주 아이스박스가 놓였다. 꽁꽁 얼린 얼음물과 요구르트, 비타민 음료가 들어 있었다. 메모와 함께였다. ‘택배기사님께 드리는 작은 선물입니다. 더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폭염에 고생하는 배달원을 위해 어느 주민이 놓아둔 것이다. 땀에 젖은 누군가가 목을 축이며 맛본 것은 이웃의 정(情)일 테다. 이런 마음씨를 흔히 온정이라 불러온 건 한국의 겨울이 다른 계절보다 혹독하기 때문이었다. 추위가 닥쳐오면 힘겨운 이들이 많아졌고 그들에게 베푸...
입력:2018-08-10 15:05:01
[한마당-김용백] 엔딩에 대해
요즘 폭염만큼이나 매미의 울음도 맹렬하다. 바람이 서늘해지면 매미들은 자취를 감추기 마련. 수년간 애벌레로 살던 나무뿌리의 흙에서 나와 한 달 정도 성체로 지내다 다시 나무 밑 흙으로 스러진다. 사람도 행복한 최후를 맞고 흙으로 돌아가는 게 가장 자연스러울 것이다. 행복한 최후에 대한 열망은 다양한 관습과 현상을 만든다. 오래전부터 화장이 보편화된 일본에선 엔딩(Ending) 문화와 산업이 우리보다 앞서 있다. 엔딩 박람회가 열릴 정도다. 비영리법인 엔딩센터는 사후 동일한 벚나무 수목장을 예약한 ‘하카모토(墓友)’ 독거노인들의 교제 공간으로 단...
입력:2018-08-10 15:05:01
[살며 사랑하며-황시운] 슬픔을 드러내는 방식
몇 가지 검사를 하고 시스토스토미 시술을 받기 위해 대학병원에 입원했을 때의 일이다. 당시 내 맞은편 침상엔 20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여자가 입원해 있었다. 여자는 종일 울고 소리 지르며 제 엄마와 싸웠다. 그녀는 끊임없이 통증을 호소하면서도, 가능하면 정자세로 누워 있어야 한다는 의료진의 처방은 따르지 않았다. 게다가 틈만 나면 제 엄마의 눈을 피해 병실 밖으로 도망쳤다. 맨발로 병동 복도나 다른 병실을 기웃거리다 넘어져 있는 걸 간호사들이 수습해 데려오곤 했는데, 그때마다 그녀의 엄마는 무시무시한 욕설을 퍼부으며 여자를 나무랐다. 여자도 지지 ...
입력:2018-08-09 15:10:01
[여의춘추-배병우] 미국 민주주의의 죽음
2016년 11월 9일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승리는 전 세계인에게 충격이었다. 많은 미국인도 경악했다. 그래도 그들은 위안거리를 찾을 수 있었다. 견제와 균형의 전범인 미국 헌법이 트럼프의 파괴 본능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지켜낼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하지만 트럼프정부 출범 19개월이 지난 지금, 이런 믿음은 부질없는 것으로 판명되고 있다. 독재자의 출현을 경계한 미 건국의 아버지들은 대통령의 힘을 빼는 이중 삼중의 견제장치를 의회 손에 쥐어줬다. 하지만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공화당은 전통적 헌정질서를 깡그리 무시하는 트럼프를 견제하기는커녕 같...
입력:2018-08-09 15:05:01
[한마당-태원준] 비자림로
넉 달 전 화장품업체가 월급 860만원짜리 ‘알바’를 모집했다. 제주도에서 두 달간 산림보호 활동을 하며 숲을 홍보하는 일이었다. 20대 청년 한 명을 선발해 숲 파수꾼이란 직함과 함께 비자림으로 보냈다. 제주 고유목인 비자나무 녹나무 황칠나무에서 추출되는 원료가 이 회사 화장품에 사용된다. 청년은 숲의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울창한 아름다움을 영상에 담으며 1720만원을 벌었다. 업체는 숲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이 돈을 썼다고 한다. 비자림은 세계 최대의 단일 수종 숲이다. 500년 넘은 비자나무 2800그루가 하늘을 뒤덮고 있다. 이곳에서 차를 타고 ...
입력:2018-08-09 15:05:01
[내일을 열며-남호철] 폭염, 피서 그리고…
서울에 18일째 열대야가 이어지는 등 전국적인 폭염으로 한반도가 ‘불반도’가 됐다. ‘111년 만의 기록적’ ‘사상 최악’ ‘유례없는’ ‘역대급’ 등의 수식어만 봐도 무더위가 얼마나 맹위를 떨치고 있는지 실감 난다. 여름철 피서는 필수가 됐다. 과거 우리 조상들은 정자에 모여 시를 읊거나 책을 읽으며 더위를 잊었다. 20세기 들어서는 1913년 일본인들이 부산에 송도해수욕장을 개설하면서 해수욕이 새 피서법으로 등장했다. 이후 유명 피서지나 관광지로 여행을 떠나고, 대규모 물놀이 공원을 찾는 ...
입력:2018-08-08 15:05:01
[시사풍향계-문은숙] 국제규범 위반한 BMW 용서하지 말자
‘One-shot shopping product’ 미국에서 자동차가 이렇게 불린 적이 있다. ‘쇼핑하고 나면 끝’이라는 뜻인데, 차를 일단 사고 난 후에는 어떤 문제가 발생해도 교환이나 환불이 어려운 현실을 비꼬며 나온 말이었다. 소비자보호법이 불완전했던 시절 미국 소비자에게 자동차는 이런 제품이었다. 1975년 연방정부 차원에서 일명 레몬법이 만들어지고, 이후 여러 주에서 시행되며 이 말은 점차 사라져갔다. 하지만 우리나라 소비자에겐 여전히 유효하다. 레몬법은 자동차에 결함이 있을 때 소비자가 교환, 환불, 보상 등을 쉽게 받도록 하려고 만...
입력:2018-08-08 15:05:01
[한마당-라동철] 열섬현상
대도시 중심부는 주변 지역보다 기온이 현저하게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이를 열섬현상이라고 한다. 도심을 중심으로 동심원의 기온 분포를 보이는 등온선(等溫線)의 형태가 섬과 비슷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열섬현상이 발생하는 건 각종 인공열과 건축물, 대기오염 등으로 도심의 대기 온도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콘크리트 빌딩과 아스팔트 도로 등은 낮 동안 태양열을 흠뻑 빨아들여 머금고 있다가 밤이 되면 서서히 방출한다. 그렇게 배출된 열은 대기를 달구고 지표열이 배출되는 걸 방해한다. 고층건물은 바람의 흐름을 막고, 자동차와 에어컨 실외기 등에...
입력:2018-08-08 15:05:01
[경제시평-조준모] 군산, 말뫼에서 배워라
지난달 말뫼를 방문했다. 자갈과 모래라는 뜻의 말뫼는 스웨덴 남서쪽 끝, 덴마크 코펜하겐을 바라보는 위치에 있는 제3의 도시다. 그곳에는 세계 최고 조선소였던 코컴스(Kockums)가 군림하고 있었다. 필수장비인 높이 328m의 골리앗 타워는 1972년 건립됐었다. 1980년대부터 스웨덴 등 조선 강국의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돼 1986년에 도산한 이후 16년간 방치돼온 골리앗 타워는 말뫼시 입장에서 흉물이 된다. 이에 수백억원의 해체 비용을 현대중공업이 지불하고, 2002년 1달러에 우리나라로 이전하게 된다. 그 자리에는 터닝 토르소라는 랜드마크 빌딩이 들어섰다. 이때...
입력:2018-08-07 15:05:01
[살며 사랑하며-하주원] 도박의 승자
여러 연구에서는 도박 중독을 2∼4개 유형으로 분류하는데, 각각 이름도 다르고 분류방식도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는 것 같다. 하나는 우리가 상상하는 도박 중독자에 가까운 사람으로서 승부사 유형이다. 대체로 10대나 20대 초반과 같은 젊은 시절부터 도박을 시작했으며, 충동적이고 도박에서 오는 승리 자체에 굉장히 쾌감을 느낀다. 도박을 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갈망이 심한 데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와 같은 충동조절의 문제가 자주 동반되며 대부분 남성이라고 알려져 있다. 다른 유형도 있다. 현실에서의 불안이나 우울을 피하기 위...
입력:2018-08-07 15:10:01
[이흥우 칼럼] 진보라고 하기엔, 보수라고 하기엔
좌우 두 날개가 꼭 민주당과 한국당이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민주당 vs 정의당’ ‘민주당 vs 바른미래당’ ‘바른미래당 vs 정의당’ 이런 구도가 될 수도 있다 리영희 선생이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를 펴낸 때는 1994년이다. 진보든, 보수든 권력이 진실을 은폐·왜곡·날조하려는 것에 대항해 진실을 찾아내 그것을 세상에 내놓을 목적으로 쓴 글들을 엮은 책이다. 24년 후 이 책이 다시 한 번 회자됐다.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자유한국당이 보수의 부활을 읍소하면서 책 내용...
입력:2018-08-07 15:10:01
[한마당-전정희] 여성 시위와 ‘진보되지 않는 덕’
“무식한 여자라야 덕(德)이 있다.” 중국 성인들이 했다는 이 말은 조선에도 반영됐다. 중국 국민당 정부의 천재적 외교관으로 불리던 천유런 어머니도 변호사 출신의 잘난 아들이 사생아 출신 고학력 여성과 결혼하려 들자 이 말을 들이댔다. 덧붙이길 “온종일 일하고 돌아온 남편에게 온갖 소리 해대며 종알거리면 너만 불행해진다”고 했다. 김명호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중국현대사 글에 나오는 일화다. 소중화를 자처했던 조선이었으니 당연히 여자는 무식이 덕이었다. 조선 중기, 전체 인구의 10% 미만이 양반이었고 나머지는 신분이랄 것도 ...
입력:2018-08-07 15:05:01
[청사초롱-조윤석] 무더위 식혀줄 파초선, 쿨루프
어젯밤에는 그래도 시원한 바람이 조금 불었지만 이번 여름은 더워도 너무 덥다. 앞으로 더 더워진다는데 큰일이다. 건축학교 도시계획 시간에 차로를 줄이고 녹지를 확보하고 건물과 건물 사이를 넓히고 녹지와 수공간을 확보해 개방형 도시로 만들면 자연스럽게 바람길이 생겨 열섬현상은 줄고 대기질도 개선된다고 배웠다. 현장에서 일해 보니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는 이상적인 이야기이고 지대가 높은 도시에서는 시행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간판 가린다고 가로수도 뽑아달라는 판이라 문제는 예산이다. 십년후연구소가 어쩌다 2014년 후암동 지인의 집을 시공한 후로 ...
입력:2018-08-07 15:05:01
[길 위에서] 머그잔과 질그릇
지난 주일인 5일, 예배를 마치고 근처 커피숍을 찾았다. 더위를 피해 들어온 사람들이 북적였다. 그런데 이전과는 풍경이 달랐다. 테이블마다 흰색 컵이 놓여 있었다. 연인과 친구, 가족들은 흰색 머그잔을 사이에 두고 대화 꽃을 피웠다. 나무 소재 테이블은 머그잔과 잘 어울렸다. 이 커피숍은 그전까지 여느 카페처럼 뜨거운 음료는 종이컵에, 찬 음료는 플라스틱 컵에 담아주던 곳이었다. 카페 내 일회용 컵 단속 이후 달라진 모습을 실감했다. 개인적으로 지난 6월 초부터 사무실에서 일회용 종이컵 사용을 중단했다. 대신 머그잔과 투명 유리컵을 사용 중이다. 하루...
입력:2018-08-07 11:05:01
[현장기자-김재산] 10년째 표류 독도사업… 일본 눈치 그만 봐라
“제발 일본 눈치 안 봤으면 좋겠습니다.” 독도를 찾는 관광객들의 편의 제공 등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독도입도지원센터 건립사업’이 10년째 표류하고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정부 부처 간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으로 알려져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일본 눈치 보기’ 때문으로 보인다. 2009년 울릉군이 요청한 이 사업은 2014년 1월 해양수산부가 정부합동 독도영토관리대책단에 착공계획을 보고하면서 본격화됐다. 입도객 안전관리, 시설물 관리를 위한 사무 공간 및 학술연구자의 연구지원을 위한 숙소, 기...
입력:2018-08-07 05:3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