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가 정상화되면서 교회가 활력을 찾고 있다. 어느덧 키가 한 뼘 더 자라 교회에 나오게 된 다음세대 아이들과 성가대의 웅장한 찬양, 성도의 손을 잡고 안부를 묻고 나눌 수 있는 행복은 코로나를 견뎌낸 우리에게 선물로 다가온다. 당연하게 누려온 것들이 사실은 감사한 것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요즘, 공동체가 조금씩 회복되고 활기가 넘치는 모습을 볼 때 감격스럽기까지 하다.
중·대형 교회들은 현장 예배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지만 미자립·개척교회는 아직 진행형이다. 얼마 전 만난 개척교회 사모는 “예배가 회복되자 교인들이 중·대형 교회로 옮겨갔다”며 “기도하며 마음을 잡았지만, 인간적으로 서운한 마음도 들었다. 성도들이 떠난 예배당을 남편과 눈물로 기도하며 힘겹게 지켜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교회 임대료를 내기 위해 남편과 택배 일을 해오고 있는 또 다른 사모는 “대면 예배가 회복됐어도 일을 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상황이라 온전히 사역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 남편은 목회를 그만두고 싶어 할 정도로 심적으로 매우 지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은혜 가운데 인도해오신 하나님을 기억하고 남편이 다시금 힘과 용기를 내서 사역할 수 있도록 강건함을 달라고 함께 기도해 달라”고 부탁했다.
‘목회를 이어 갈 것인가, 그만둘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 선 사모의 마음이 어떨지 가늠조차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난 중에도 온전히 하나님만 신뢰하며 기도로 부르짖는 사모들의 모습은 애잔하게 다가온다.
코로나19 기간을 거치며 교회사역에 대해 성도와 목회자 간에 느끼는 마음의 온도 차이도 큰 듯하다. 일부 사모들은 성도로부터 “그동안 비대면 예배여서 쉬기도 하고 편하셨겠네요”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남편의 사역을 누구보다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모들은 “현장의 실정을 모르는 소리”라며 반박하고 싶고 내심 억울하기도 했지만, 이 또한 사모이기에 참아야 했다며 씁쓸해했다.
현장의 일선 목회자들은 쉴 새 없이 바빴다. ‘대면 예배’와 ‘비대면 예배’가 공존하는 이른바 하이브리드 사역이 새로운 목회 패러다임으로 자리하며 목회자들의 사역은 더 가중됐다. 유튜브로 설교 말씀을 전하는 것부터 콘텐츠 제작·녹화·편집을 직접 하는가 하면 줌 플랫폼을 이용해 성도를 심방하고 가르치며 훈련했다. 코로나19에도 성도들의 영성과 신앙 성장을 위해 사역자들은 온택트 사역에 사력을 다했다.
비대면 사역이 늘며 성도들과 휴대전화로 연락을 주고받는 것이 일상화돼 ‘카톡’ 알림음도 끊이지 않았다. 하루에도 수십명 성도에게 안부를 묻고 교제를 나누고 소그룹 공동체를 챙겼다. 최근에는 메신저로 소통하는 것이 일상화된 것에 대한 피로와 탈진을 호소하는 교역자들도 적지 않다.
비단 한국교회만의 이야기는 아닌 듯하다. 코로나19 이후 미국 목회자들도 탈진에 시달리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지난해 11월 미국의 기독교 설문 조사 기관 바나그룹은 “미국의 목회자 10중 4명이 목회를 그만둘 것인지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데이빗 키나맨 대표는 “목회자들이 코로나19로 큰 스트레스와 압박에 시달리게 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대면 예배 회복으로 2년 만에 한국교회는 다시 힘차게 달릴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코로나19로 어려워진 목회 현장에서 지친 목회자와 사모들이 많다. 이들이 소명을 회복하고 다시 목회할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
감사와 격려의 5월이다. 주변의 교역자, 작은 교회 목회자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로 마음을 건네보면 어떨까. 한국교회의 모든 목회자가 지치지 않고, 주님 붙들며 강건하게 그리고 기쁘고 행복하게 완주하길 두 손 모아 기도한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