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노동인구 확보를 위해 일하는 부모를 위한 무상보육을 확대하고 연금 면세 기준을 상향하는 내용 등을 담은 예산안을 발표했다. 기업의 시설 투자에 세금을 공제하는 등 기업 투자도 장려한다.
15일(현지시간) BBC,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제러미 헌트 영국 재무장관은 런던 의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예산안을 발표했다. 우선 젊은 부모들이 일터에 나오도록 2025년 9월부터 일하는 부모를 위한 주30시간의 무상보육 대상을 1~2세 영유아 자녀까지 확대한다. 전문직의 조기 은퇴를 막기 위해 연금 적립액에 대해 추가 세금을 없애고 면세 기준을 올린다. 50세 이상 은퇴자의 재취업을 돕는 프로그램에 6300만 파운드(약 1000억원)를 지원하며, 건설 부문 등에서 이민 규제를 완화한다.
다만 법인세율은 다음 달부터 19%에서 25%로 올린다. 지난해 법인세 인하 등 감세안을 내놨다가 거센 역풍을 맞고 사퇴한 전임 리즈 트러스 내각의 실패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신 생산성 향상을 위해 정보기술(IT) 장비, 플랜트 등에 투자하는 금액은 연간 최대 90억 파운드(약 14조2500억원)까지 세금을 감면한다. 양자컴퓨터, 탄소포집, 인공지능(AI) 연구 등에도 투자를 확대한다. 또 향후 5년간 국방비 지출은 110억 파운드(17조5000억원) 늘린다.
영국 정부는 이를 통해 올해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를 극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헌트 재무장관은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우리는 건전성을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렸으며 앞으로도 경제 안정을 위해 주저하지 않고 모든 일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경제 성장률을 지난해 가을 -1.4%보다 개선된 -0.2%로 수정해 제시했다. 또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4분기 연 10.7%에서 올해 말 2.9%까지 떨어질 것으로 봤다.
한편 이날 예산 발표에 맞춰 공무원, 교사, 전공의, 철도노동자 등 공공부문 노동자 약 50만명이 물가 상승에 맞춘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면서 파업에 돌입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