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예수-이광기] “아이들과 행복 나눌 생각에 지칠 겨를 없어요”

탤런트 이광기씨가 23일 서울 여의도 월드비전 1층 패밀리룸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지난 5월 아이티의 케빈스쿨을 방문한 이씨가 학생들과 기념촬영 하는 모습. 케빈스쿨은 2010년 이씨의 후원으로 재건된 이후 그 한 해 전 신종플루로 숨진 이씨 아들 석규군의 영어이름으로 교명을 바꿨다. 월드비전 제공


탤런트 이광기(48·일산 거룩한빛광성교회)씨는 행복한 사람이다. 한때 어린 아들을 잃고 죽음만 생각했던 적도 있지만 이젠 ‘길 위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23일 서울 여의도 월드비전 건물에서 만난 이씨의 얼굴은 햇빛처럼 빛이 났다.

근황을 묻자 “어휴, 정신없이 바빠요. 다른 사람 행복하게 해줄 생각만 하면 지칠 겨를이 있겠어요”라고 반문했다.

이씨는 2009년 11월 아들 석규(당시 6세)를 잃었다. 신종플루 때문이었다. 따라 죽을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포기했다. ‘내가 가면 아내와 딸은 또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절망 속에 주저앉은 그에게 갑작스런 희망이 찾아왔다. 바로 대지진을 겪은 아이티였다. 2010년 아이티를 방문했다. 그곳에서 하나님의 손길을 구체적으로 느꼈다.

“대지진 재해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제가 슬프고 아프다는 생각조차 할 겨를이 없었어요. 너무나 많은 아이들이 죽음의 고통을 겪고 있었으니까. 하나님 말씀이 들리는 듯했죠. ‘광기야, 모두 내 자식들이다. 내겐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 저 고통받는 아이들을 보라’고요.”

정신없이 아이들을 돌보고 잠에 곯아떨어졌는데 석규 꿈을 꿨다고 한다. 천국에서 행복하게 지내는 꿈이었다. 아들 체온마저 느껴질 정도로 생생했다. 꿈에서 깨 한참을 펑펑 울었다. 아들을 꿈에서라도 보게 해달라고 수도 없이 기도한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아들이 천국에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믿지 못한 셈이었다.

그는 “그 꿈을 꾼 뒤로 ‘앞으론 의심하지 말자, 날 위한 기도보다 남을 위한 기도를 하자’고 결심했다”고 털어놨다.

깨달음이 하늘에 닿았을까. 2010년 아내와 필리핀 클락으로 봉사활동을 다녀온 뒤 다른 생명을 얻었다. 그렇게 2012년 1월 차남 준서가 태어났다.

이씨는 봉사활동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제는 누군가 자신을 따라올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나님을 영접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아이티 학교를 세우는 데 공을 세운 작가에게 ‘덕분에 벽돌 몇 장이 올라갔다’는 문자를 보냈어요. 그랬더니 ‘기뻐서 심장이 터질 것 같다’는 답이 왔죠. 그 작가는 이제 하나님을 만나 열심히 기부도 한답니다. 제가 하나님 사랑의 씨앗이 돼 다른 열매를 맺다니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간혹 국내 아이들은 왜 돌보지 않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이씨는 “우리 아이들은 어려워도 당장 죽지 않지만 제3세계 아이들은 지금 돕지 않으면 곧바로 죽는다”고 절박해 했다. 그러면서 “하나님도 생명을 살리는 게 최우선이라고 하실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서울 마포구 딜라이트스퀘어 갤러리에서 아이티 아이들을 위한 희망을 주제로 자선전 ‘아이드림(I Dream)’을 개최한다. 전시회로 돈을 모아 허리케인 ‘매슈’로 쑥대밭이 된 아이티의 초등학교를 다시 세울 계획이다. 자신의 사진작품과 강형구 문형태 이이남 이세현 하태일 등 국내 유명 미술작가 80여명의 회화와 조각, 미디어아트 등이 전시된다.

직접 작가들을 섭외한 이씨는 작품을 선정하고 받으면서 ‘재능기부나 적선을 받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기부자에게도 어느 정도의 수익이 보장돼야만 양질의 기부로 이어질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가 지금까지 아이드림으로 후원한 금액은 4억2600만원을 넘는다.

요즘 많이 떠올리는 성경 구절이 무엇인지 물었다. 사도 바울이 쓴 데살로니가전서 5장 16∼18절인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를 꼽았다.

이씨는 “아들의 죽음이 제가 하나님 사랑을 실천하는 방아쇠가 됐다”고 고백했다.

“삶이 꽃이라면 죽음은 삶의 뿌리 같아요. 죽음은 죽지 않아요. 석규가 죽고 제가 하나님의 빛을 바라보며 다른 생명을 살리고 있으니까요. 물론 아들이 그립습니다. 제게 아픔과 상처를 주셨지만 제가 다시 하나님 사랑을 전하는 소명을 다할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그는 왈칵 눈물을 쏟았다. 슬픔 때문이 아니라 진짜 사랑을 알게 됐다는 희열의 눈물이었다.

글=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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