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돈 버는 데 온 힘을 쏟았던 사업가가 환갑이 넘자 새로운 결심을 했다.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앞으로도 돈 버는 데는 자신 있지만, 이젠 돈에 집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제부턴 여생을 하나님께 오롯이 바칠 생각”라고 했다. 이제 그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교회와 이웃을 돕는 ‘사업선교사’가 됐다. ‘하나님의 기업’을 자처하는 건축자재 및 생활용품 업체 ㈜엘림양행 주일창 회장 이야기다.
최근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이 회사 사무실에서 만난 주 대표는 “경제적 문제 때문에 목회활동을 접는 목회자들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꼈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 목회하시며 기도하는 이들을 보며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미자립교회 목사님들을 조금이라도 도와 이분들이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사명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반평생 넘는 기간 동안 사업가로 일했던 그가 어떻게 사업선교사의 길을 걷게 됐을까. 주 대표는 집안의 영향이 컸다고 했다. 그는 “우리 집안은 외가 4대, 친가 3대가 기독교신자인 집안”이라며 “친할머니는 북한에서 순교를 하셨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그래서 항상 자신도 한국교회를 위해 자신이 할 일이 있다는 생각을 늘 품고 살았다고 했다.
주 대표는 “돌아보면 그런 믿음을 갖고도 언제나 경제적 성공에 집착했던 것 같다”며 “사업이 부도가 나는 바람에 이를 회복하고 천신만고 끝에 아들을 대학원까지 졸업시킨 뒤 비로소 마음에 평강이 찾아왔다”고 했다.
주 대표는 졸업식을 마친 아들에게 곧바로 전화를 걸어 “이젠 모든 포커스를 하나님의 사역을 돕는 데 맞추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아들도 신실한 믿음을 가진 아버지의 말에 흔쾌히 동의했다.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들과의 약속을 지켜오고 있는 셈이다.
그는 20년 넘는 세월동안 건축자재사업을 해 오면서 쌓아온 지식을 활용해 자비량으로 작은 교회들의 바닥공사와 페인트를 칠해주는 사역을 하고 있다. 또 간단한 공사와 보수 방법 등을 알려주기도 한다. “어려운 작업이 아니다보니 목사님들께서도 한번 알려드리면 스스로 하실 수 있게 됩니다. 저는 무료로 자재를 제공하고, 작업 대부분은 목사님들이 하신다는 거죠.”
주 대표는 지난 1년간 7군데의 교회를 섬기며 바닥공사와 도색작업을 진행했다. 지난 8월에는 마을공동체 단위의 사회안전망을 만드는 비영리단체 ‘나눔과기쁨’이 주최한 건축인테리어 관련 강좌에 강사로 나서기도 했다.
“지금까지는 주로 서울이나 의정부 등 수도권 인근에서만 작업을 진행했는데 시골교회가 더 인력이 부족하고 고장 난 곳도 많다고 알고 있어요. 그런 곳에도 부르심이 있다면 얼마든지 도와드리겠습니다.” 그의 사역은 교인들 중 고령층이 많아 자력으로는 쉽게 공사를 시작하기 힘든 시골교회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한국교회 현실이 답답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분명히 교회가 희망입니다. 우리가 삶에서 행동하는 모습을 보이고 감동을 주면 이를 통해 복음의 통로가 열리리라고 생각합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