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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컷] 19세기 말 뉴욕 하층민의 삶 담은 르포르타주



덴마크 출신 미국 저널리스트인 제이컵 A. 리스(1849∼1914)는 대단한 기자였다. 지금도 그의 이름 앞엔 ‘포토저널리즘의 선구자’ ‘사진의 아버지’ 같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이토록 엄청난 명성을 쌓은 데는 이 책 ‘세상의 절반은 어떻게 사는가’의 영향이 컸다.

‘세상의 절반은…’은 19세기 말 미국 뉴욕 하층민의 삶을 담은 르포르타주다. 지금의 뉴욕은 마천루가 즐비하고 ‘세계의 수도’로 통할 만큼 위세가 대단하지만 과거엔 그렇지 않았다. 전염병의 온상이었고 범죄의 소굴이었다. 더럽고 비좁고 위험한 도시였다.

뉴욕 시민 4명 중 3명은 ‘공동주택(Tenement)’에 살았다. 주택의 수준은 형편없었다. 돈벌이에 급급한 집주인들은 주거 환경 개선엔 관심이 없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큰 방은 조명이나 환기를 고려하지 않은 채 몇 개의 작은 방으로 분할되었고, 집세는 방의 크기와 층에 따라 달라졌다. 이런 공동주택은 하루 벌어 하루 사는, …불결하기가 거지와 다름없는 임차인들로 지하부터 꼭대기 방까지 금세 채워졌다.”

책은 1890년 출간과 동시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저 사진은 책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사진이다. 좁은 셋방에 일곱 식구가 무표정한 얼굴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책에는 저토록 보는 이의 마음을 흔들면서 그 시절 삶을 상상하게 만드는 사진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미국 제26대 대통령이었던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저자를 이렇게 격찬했다. “나는 거대한 사회문제에 대해 리스보다 더 상식적이고 냉철하게 접근한 사람을 알지 못한다.”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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