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살짝 언 살얼음, 깡깡 언 매얼음



‘살얼음’. 얇게 살짝 언 얼음입니다. ‘살’은 온전하지 못함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이지요. ‘살살’ ‘살짝’의 살에도 그런 뜻이 살짝 든 게 아닌가 합니다.

위 ‘살’과 뜻이 비슷한 접사로 ‘설’과 ‘데’가 있습니다. 설은 ‘잠이 설깨다’ ‘설익은 밥’처럼 쓰이는데 살과 설은 유전자가 같아 보입니다. ‘데’도 불완전·불충분하게의 뜻을 더하지요. 됨됨이가 제대로 못 된 ‘데되다’, 살짝 잠깐 삶는 ‘데삶다’ 등이 있습니다.

살얼음을 薄氷(박빙)이라고 할 수 있지요. 薄은 얇다(박막), 짧다(미인박명), 야멸치고 인정 없다(야박) 등의 뜻을 가졌습니다. 氷은 물이 언 것인데 冬(겨울 동) 凍(얼 동) 등에 점 2개가 있지요. 淸(물맑을 청)처럼 3개에서 줄어든 것입니다. 물이 응축, 즉 얼었다는 의미이겠습니다. 氷은 어차피 물(水)이 있어 점을 하나만 붙였네요.

살얼음이 얇은 얼음이라면 ‘매얼음’은 매우 꽁꽁·깡깡 언 얼음입니다. ‘매’는 보통보다 심하다는 의미를 더하는 말입니다. ‘매조지다’. 일을 단단히 단속해 마무리한다는 말인데, ‘야구 한일전에서 9회 말 마무리투수가 한 점 차 리드를 매조졌다’처럼 쓰지요. 일이나 말이 허술하게 되지 않도록 단단히 단속한다는 ‘조지다’에 ‘매’가 붙은 것입니다. ‘매우’. ‘보통보다 훨씬 더’라는 뜻인데 이 매에도 그런 의미가 밴 것 같습니다.

극강 추위에 천지가 매얼음으로 덮였습니다.

글=서완식 어문팀장, 삽화=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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