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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베스트셀러] 우테 프레베르트의 ‘모욕의 정치: 권력과 무기력의 장’





2010년 아랍권 정치 격변의 발원지가 된 한 튀니지 청년의 죽음은 모욕에 대한 항거에서 비롯됐다. 최근에는 미국 사법체계에서 이른바 ‘모욕주기 처벌(shame sanction·범법자의 명예에 타격을 주는 데 초점을 맞춘 사법적 처벌)’이 자주 거론된다. 공공장소에서 자기 과실이 적힌 피켓을 들고 서 있는 식의 처벌이다.

또한 역사적으로 국가 간의 모욕은 1·2차 대전을 비롯한 수많은 전쟁의 원인을 제공했다. ‘모욕의 정치: 권력과 무기력의 장’의 저자 우테 프레베르트는 개인에게 사회적 소외를 넘어 자살에까지 이르게 하는 파멸적 힘을 가지며 국가 간의 전쟁을 발발시키기도 하는 ‘모욕’의 정치적 도구화를 새롭게 조명한다. 망신과 조롱, 굴욕을 무기화한 정치는 오늘날 가장 과소평가 받고 있는 사회적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250년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며 공개적인 모욕의 정치·사회적 파장과 그 역학을 분석하며 오늘날 페이스북 유튜브 등의 인터넷 매체를 통해 그 영향력이 폭발적으로 커져버린 ‘모욕의 정치화’가 중세의 야만적인 공개처형과 궤를 같이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모욕의 정치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언론의 묻지마식 폭로, 망신주기식 수사, 국제회담시 의자 높이 달리하기, 심지어 적국(敵國) 여성에 대한 조직적 강간까지 모욕의 정치는 다양한 형태로 자행된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공개적 모욕의 장이 언제 어디서도 발생할 수 있는 지금 모욕의 정치에 대한 이해와 반성을 위해 꼭 필요한 책이라 생각된다.

저자 프레베르트는 독일의 유명 역사학자로 미국 예일대 교수를 역임했다. 2008년부터는 막스플랑크교육연구소 ‘감정의 역사’ 연구 분야를 이끌고 있다.

베를린=김상국 통신원 (베를린자유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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