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균 원장 “나무 다듬는 손맛, 느껴 보실래요?”
2000년대 초반 시작한 목공예
개인공방과 네이버 카페로 확장
손 쓰는 목공예는 직장인 취미로도
인생 2막 위한 준비로도 적합
“실용적이어서 가족에게 인기”
나도균(67)씨는 일주일에 4일은 의사로, 3일은 목수로 살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나도균 의원·한의원 원장인 그는 서양의학과 한의학의 장점을 모두 살리는 통합의학자다. 의대를 졸업한 뒤 한의학을 전공해 양방과 한방 의사 면허를 모두 갖고 있는 그는 대한의사한의사복수면허의사협회 회장이기도 하다.
심장연구소도 운영하고 강남구 한의사협회 자문위원도 맡고 있어 바쁘지만 화요일과 목요일, 그리고 일요일은 의사 가운을 벗는다. 대신 병원에서 걸어서 5분 남짓한 거리에 자리한 ‘우드워커’ 공방에서 앞치마를 두른 채 톱질을 한다.
그가 목공예를 시작한 것은 2000년대초. 썩은 나무로 만든 가구를 구입해 낭패를 본 그는 특유의 도전정신이 발동해 “가구를 내손으로 직접 만들어 써야겠다”고 결심하고 목공예를 배웠다. 2005년에는 한걸음 더 나아가 개인공방을 열고 네이버 카페도 오픈했다. ‘나무와 가구를 좋아하는 사람들 우드워커’는 2017 대표 인기카페로 뽑힐 만큼 회원과 방문자가 많다. 현재 회원수는 25만명에 이른다.
지난 1일 공방에서 만난 그는 “목공예는 다른 취미보다 실생활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가족 모두 반기는 취미생활”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나 원장은 “집에 있는 책상 식탁 소파 옷장은 다 내가 만들었다”면서 “원목가구는 만지면 만질수록 좋다”고 자랑했다. 이것저것 직접 만들면서 회원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기도 하는 공방에서의 3일은 나 원장이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며 재충전하는 시간이다. 의사라는 직업이 보람은 있지만 늘 외날 위에 서 있는 것처럼 긴장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 원장은 “필요한 건 뭐든 뚝딱 만들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면서 “쉬엄쉬엄 하면서 완성품을 손에 쥘 수 있는 취미생활인 만큼 지나치게 바쁜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특별한 손재주는 필요 없고 용기와 탐구심, 호기심만 있다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취미로 시작해 부업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 인생 제2막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할 만하다고 나 원장은 덧붙였다.
그는 “최근 부쩍 문의 전화가 많이 온다”면서 “국민소득 3만 달러 수준이 되면 목공예에 관심을 갖는다는 통계가 있는데 우리도 그 수준에 온 것 같다”고 흐뭇해했다. 실제로 목공예에 대한 관심은 부쩍 커지고 있다. SK플래닛이 운영하는 오픈마켓 11번가에 따르면 지난 1월 한달 동안 목공예 공구·공방·재료 관련 검색 횟수가 지난해 동기 대비 146%나 뛰어올랐다. 관련 용품을 구입하는 사람들도 크게 늘고 있다. 모바일 커머스 업체 티몬은 올해 1월 한달 동안 DIY관련 상품 카테고리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대비해 155% 늘었다고 밝혔다. DIY공구는 매출이 205%나 상승했고 DIY 가구용품도 114% 증가했다. 이들 상품을 구매하는 연령대는 30대(46%)가 가장 많고 40대(29%)가 뒤를 이어 30∼40대가 전체의 75%를 차지했다.
목공예에 관심이 있다면 톱과 대패가 손에 맞는지부터 점검해보자. 공구 기업 스탠리블랙앤데커가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에 오픈한 ‘디월트 고객체험센터(CEC)’에 가면 다양한 목공예 공구를 써볼 수 있다. 아시아 최초로 오픈한 이곳은 383㎡ 면적에 전문가용 전동공구 ‘디월트’, 수작업공구 ‘스탠리’, 가정용 공구 ‘블랙앤데커’를 비롯해 7개 브랜드 2000여종 제품을 전시하고 직접 체험해볼 수 있게 꾸며 놨다. 실제 공사 현장을 재현한 ‘데모 존’ 중 우드존이 있다. 우드존에서는 목재 판재 원장 제단부터 표면 마감(샌딩)까지, 목재로 하는 모든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 안전장비가 완비돼 있고 전문인력이 상주해 방문 고객들에게 안전한 체험 활동을 지원하고 전문 지식을 제공한다. 평일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이용할 수 있다. 우선 CEC에 들러 ‘쓱싹’ 대패질도 해보고 ‘쓱쓱’ 톱질도 해보자.
목공예를 시작할 때 불쑥 장비부터 마련하기보다는 목공예가 자신한테 맞는지 테스트를 해보는 것이 좋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