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법원, “그라피티 작가 21명에게 73억 지급”
낙서 아닌 보호해야 할 예술로 인정
미국 뉴욕에서 그라피티 아트(낙서 예술)를 파손한 건물주에게 거액의 배상 판결이 내려졌다. 브루클린 연방법원은 12일(현지시간) 그라피티 아티스트 21명이 그라피티 성지로 불리던 파이브포인츠(5pointz) 빌딩을 부순 건물주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건물주에게 670만 달러(약 73억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흔히 한시적인 예술 장르로 인식돼온 그라피티가 법으로 보호해야 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판결로써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뉴욕 퀸즈에 있던 파이브포인츠는 과거 공장 부지로 1990년대 공장 폐쇄 이후 그라피티 아티스트들이 모이는 세계적인 명소가 됐다. 부동산 개발업자 제리 월코프는 2009년 파이브포인츠를 구입한 후 그라피티 아티스트들의 활동을 허용해 줬다. 하지만 2013년 파이브포인츠를 허물고 고급 콘도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예술가들의 반발이 잇따르자 월코프는 심야에 건물 외벽을 흰 페인트로 칠한 뒤 철거에 들어갔다. 흰 페인트로 칠한 것은 아티스트들에게 건물 철거로 그림이 산산조각 나는 것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작품을 잃은 아티스트들은 월코프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월코프는 “아티스트들은 자신들의 활동이 한시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내가 건물을 허물 것이란 걸 그들도 알았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아티스트들은 건물 해체 90일 전에 이런 계획을 미리 통지해 줬다면 작품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찍는 등 보호조치를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라피티 예술가들은 “이번 판결은 건설업자의 오만에 경종을 울리는 한편 그라피티의 가치를 인정한 것으로 의미가 깊다”고 입을 모았다.
파이브포인츠 자리에는 48층과 41층 높이의 빌딩 두 개가 건설 중에 있다.
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