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자유란 어떤 의미인가. 단지 두려움과 제약이 없는 상태가 자유인가. 저명한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독일인으로 태어났지만 나치 치하에서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시민권을 박탈당하고 미국으로 망명했다. 자유의 개념은 그녀의 정치적 사유의 중심에 서 있다. 아렌트는 우리의 인생처럼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자유라고 말한다. 즉 아렌트에게 자유는 다원적인 인간 공동체를 설정할 때에만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정치적 차원의 것이며 프랑스혁명처럼 권리를 확대하기 위한 과정, 구체적인 실천 및 경험을 바탕으로 획득될 수 있는 것이다.
‘자유로울 수 있는 자유(Die Freiheit, frei zu sein)’는 아렌트의 1966년 강연 원고를 모은 에세이집이다. 원고는 지난해 발견돼 공개됐다. 이 책에서 아렌트는 프랑스혁명, 미국 독립전쟁(혁명) 같이 새로운 시대를 여는 역사적 사건을 ‘자유의 실현’이라는 관점에서 분석한다. 또한 공포와 독재로부터 자유만큼 극단적 빈곤으로부터의 자유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책은 서구 역사에서 자유라는 정치적 개념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소개한다. 60년대 미국과 유럽을 배경으로 썼지만 자유와 민주주의 개념이 혼미해지고 있는 오늘날에도 그 울림이 적지 않다. 촛불 민주주의를 통해 새로운 차원의 정치적 자유를 경험한 한국사회에도 이론적인 지침이 될 수 있겠다.
베를린=김상국 통신원(베를린자유대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