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지나고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이 늘었다. 자식들에게 등 떠밀려 내원한 어르신 환자부터 명절 음식 탓에 혈당·혈압수치를 걱정하는 고혈압·당뇨 환자까지 다양하다. 50대 환자는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심혈관질환 이야기가 나왔는데, 혹시 나도 가족력 영향을 받진 않을까 걱정돼 찾아왔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인의 두 번째 사망원인으로 꼽히는 심혈관질환은 가족력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가족력은 직계가족 또는 사촌·형제·자매 이내에서 같은 질병을 앓은 환자가 3대에 걸쳐 2명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부모 중 한 명 이상이 건강한 생활을 했음에도 심혈관질환에 걸렸다면 유전적 요인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커 가족력을 점검해야 한다.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등의 질환을 앓고 있으면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혈관질환 발병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전문의와 질환 예방 상담을 해봐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스스로 예측해 볼 수 있는 ‘프래밍험 위험점수(FRS)’나 ‘죽상경화증(ASCVD) 10년 뒤 위험도’ 측정을 참고할 수 있다.
심혈관질환이 위험한 이유는 예상치 못한 순간 급작스러운 상황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혈관질환은 유전적 요인, 고혈압·당뇨병과 같은 선행질환과 함께 식습관, 흡연, 음주, 생활환경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담배는 반드시 끊고 술은 하루 한두 잔 이하로 줄여야 한다. 음식은 싱겁게 골고루 먹되 채소와 생선을 충분히 섭취한다. 매일 30분 이상 운동하며, 적정 체중과 허리둘레를 유지하고 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한 아스피린 복용을 통해 사전 예방도 가능하다.
아스피린은 12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약제로, 저용량 아스피린은 피가 응고되는 혈전 생성 억제 효과가 있다. 영국에서는 65세 이상 노인 40%가 혈액순환을 돕고 혈전형성 억제를 위해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한다.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이 높은 사람은 정기적으로 혈압·혈당·콜레스테롤을 측정하고, 전문의와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에 대해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하고 있다면 꾸준함이 중요하다. 미국심장학회 연구에서 아스피린 약물을 복용하다 중간에 끊으면 계속 복용하는 사람보다 3년 이내 심장발작 또는 뇌졸중을 겪을 확률이 37%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리바운드’ 효과라고도 한다. 꾸준한 약 복용을 위해 약을 항상 보이는 곳에 두고 가족에게 복용 사실을 알려 도움을 받아야 한다. 알람이나 달력을 활용 복용시간과 날짜를 확인하는 습관도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평소 자신의 위험인자가 무엇인지 알고, 주치의와 상담으로 미리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비만 등과 같은 만성질환을 찾아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이다. ‘소를 잃기 전에 외양간을 고치는’ 첫걸음이다.
가천대길병원 심장내과 교수·심혈관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