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대두)은 오랜 기간 한민족의 단백질과 지방을 책임져 왔다. 농학에서 콩의 원산지를 한반도와 만주 남부로 보고 있다. 5000년 전에 콩 재배가 시작돼 북한의 회령 오동 고조선 유적지에서는 기원전 1300년경의 청동기 유물과 함께 콩, 팥, 기장이 나왔다. 실제로 콩의 원산지가 한반도임을 뒷받침하는 실증적인 조사가 있었다. 1920년대 미국은 식량 종자 확보를 위해 세계 각지의 야생작물 채취에 나서 한반도에서 전 세계 야생 콩 종자의 절반이 넘는 3379종의 야생 콩을 채취했다. 이후 1947년까지 1만개의 콩에 대한 유전자형을 우리나라에서 수집해갔는데, 동아시아에서 수집한 콩 종자의 74%에 달했다.
식물의 원산지를 추정할 때 변이종의 다양성이 그 기준이라 하는데 한반도에서 가장 많은 콩의 변이종이 발견된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와 중국은 196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 콩 생산국 1, 2위를 다투었다고 한다. 오죽하면 두만강(豆滿江)이라는 지명까지 생겼겠는가. 두만강은 ‘콩을 가득 실어 나르는 강’이라는 뜻이다. 한반도와 만주 남부는 70% 이상이 산악지대로 목축하기 어려워 식용 고기가 귀했다. 그럼에도 콩 덕분에 단백질 결핍에 시달리지 않았다. 유목민이 안 되고 정주해서 기마민족으로 살 수 있었던 것도 콩 덕분인 것이다.
콩의 한자는 숙(菽)이다. ‘숙맥(菽麥)’이라는 말은 바로 콩과 보리라는 말이다. 쑥맥(숙맥)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양식인 콩과 보리도 구분하지 못한다는 뜻에서 쓰이기 시작한 말이다. 숙맥이 쑥맥이 된 것은 경음화 현상에서 비롯되었다.
고조선의 콩은 제나라를 통해 중국으로 전해졌다. 사마천이 쓴 ‘사기’에 “제는 북으로 산융을 정벌하고 고죽국 지역까지 갔다가 융숙(戎菽)을 얻어 돌아왔다”는 기록이 있다. ‘융숙’이 바로 콩(대두)이다. 기원전 623년의 일이다.
홍익희 세종대 대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