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시 비치는 커다란 유리창, 솔직하고 투명하지 않으면 우리는 매번 방어적으로 살아갑니다. 자기 자신으로 가득 찬 까닭에 우리는 생활 속에서 외롭고 너무나 쉽게 상처를 받습니다. 외로워지면 방어적이 되고 열등감에 빠지기 쉽습니다.
당신의 고민은 무엇일까요?
해야 할 일도 너무나 많은데 무엇부터 해야 할지를 모를 때가 얼마나 많나요? 거기다 마음이 편치 않고 가슴이 답답한 상태로 모는 자신의 고민을 정확히 알아야 해요.
고민이 많을 때는 하염없는 안개 속을 헤매는 듯합니다. 희뿌옇게 가로막은 두툼한 안개를 뚫고 가야 하는데 어정쩡하게 망설이고 주춤하고 맙니다. 심지어는 머리가 폭발할 듯 시한폭탄 같기도 합니다. 고민한다는 것은 잔뜩 긴장하고 흥분하는 것입니다. 애들, 어른 할 것 없이 감정의 온도가 극심하게 올라가지요. 어린아이가 처음 미끄럼틀 난간을 잡고는 못 내려가는 답답하고 두려운 심정 같다고 할까요. 어떻게 해야 할 바를 모르는 거죠. 어린이는 미끄럼틀 아래에서 엄마나 아빠가 기다려나 주지요.
“걱정 말고 쭈욱 내려오렴.”
이렇게 받아줄 부모님처럼 따사로운 누군가가 있다면 참 좋겠는데요. 어른이 되어 고민을 들어주거나 하염없이 받아줄 그 누군가도 없을 때는 자신이 해결할 수밖에 없어요. 윈스턴 처칠경은 “고민할 틈이 어딨느냐”고 하셨어요. 잠자는 시간 빼고 일만 하던 전쟁 때니 그런 말 하시는 건 당연하겠죠. 하지만 우리는 처칠경이 아니잖아요. 조금은 모자라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잖아요. 저는 인정해요. 저도 부족함이 많은 사람인 것을요.
요즘 며칠 동안 저는 몹시 바람 부는 풍경을 지켜봤어요. 내 마음도 불어갔어요. 눈물도 주르르 흘러내립니다. 삶이 고단해서요. 바람은 제 사는 골목길을 누비며 왼쪽 교회 길로 불어갔어요. 바람 한 자락은 오른쪽 카페 쪽으로 후루룩 훑어갔어요. 고민이 되는 확실한 사실은 무언가요? 정확히 사실을 알면 더 이상 고민이 곰팡이균처럼 번져가지 않아요. 고민 있을 때는 흥분이 되어서 정확하게 사실을 알기 힘들지만, 최대한 마음을 가라앉혀 보세요. 침착함을 몸에 배게 연습해 봅시다.
제가 서른 살 때가 기억나요. 그때 최대 고민은 확실한 경제적인 기반 마련이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요. 할 줄 아는 것은 시 쓰고 예술가로서의 인생이니, 전력투구할 수밖에 없었어요. 전력투구하면 반드시 신의 응답이 있습니다. 지나고 나니 더 확실히 깨달아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사실을요.” 저와 같은 솔로며 서른 후반인 후배여성 무령씨에게 물었어요. 최고 고민은 무엇이냐고 묻자 바로 나온 답은 솔로라면 똑같은 심정일 질문이었습니다. “언제까지 혼자여야 하지?” 저도 어느 순간 두려움이 가슴속에서 안개처럼 스멀스멀 밀려들 때가 있었기에 무척 공감되었고, 간간이 늘 ‘언제까지 혼자서 살 거지’라고 묻곤 했어요.
그것이 무겁게 가라앉을 때 몇 년 전에 스스로 물었어요. “내 고민의 최악은 무엇일까?” 어느 날 최악의 고민은 평생 혼자 살다 죽는 거였어요. 그러니까 고독사겠군요. ‘아, 최악의 상황은 죽음일 테고, 평생 혼자 살다 죽는 거였구나’ 하고 깨달으니 조금씩 공포랄까, 두려움이랄까 하는 게 손안에 잡히는 거였죠.
“고민을 어떻게 하지?” 어떤 결단, 각오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다음은 행동으로 옮기는 거지요. 지금 하는 일을 열심히 하면서 애정을 전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죠.
좀 더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사랑받는 사람이 되는 일. 우리 가슴은 늘 사랑을 원합니다. 그러면서 소통의 기술은 서툴고 부족합니다. 그러면 어떡해야 할까요? 무언가 노력도 지치고 힘들 때가 많아요. 관계도 노력이 필요하다면 관두고 싶을 때도 많지요. 그래서 혼술, 혼밥이 많나 봐요.
우선 사랑받는 사람으로 살기 위해 상대가 뭘 원하는지 세심해져야 함을 느껴요. 내가 원하는 것을 먼저 얘기하기보다 상대 얘기를 들어주는 태도. 언제 가만히 있고 행할지 살피고, 화날 일도 지그시 참고, 미소 짓는 여유가 필요하다는 것. 사랑받는 법을 꾸준히 연습하고 표현하지 않으면 평생 사랑에 허기진 채 살아갈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고 이성의 손을 만지거나 껴안는 일은 조심하세요. 허그도 조심해야 하나, 질문하면서 봄볕이 가득 밀려오는 창밖을 바라봅니다.
신현림 시인·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