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400만부가 팔린 ‘나이팅게일’의 작가 크리스틴 한나의 새 소설 ‘홀로 위대하게(The Great Alone)’가 출간되자마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등극했다. 이번 소설은 잇따라 한계상황으로 몰리는 가족들의 사랑과 상실을 다룬 이야기다.

1974년 베트남 전쟁에서 살아 돌아왔으나 사회적응에 실패한 아버지가 가족을 데리고 알래스카로 떠나면서 소설이 시작된다. 베트남 전쟁은 인간이 만들어낸 극단의 한계상황이고, 알래스카는 자연이 빚어내는 또 다른 극단의 한계상황이다. 밝고 낙천적인 자동차 수리공 언트 올브라이트는 베트남 전쟁 이후 변덕스럽고 폭력적인 사람이 된다. 포로로 잡혀 고문당한 경험과 전쟁에서 어린아이를 죽인 기억이 그를 밤마다 악몽을 꾸게 하고 걸핏하면 화를 내게 만든다. 직장에서 쫓겨나기를 밥 먹듯 하면서 이곳저곳을 정처 없이 떠돈다.

그러던 어느 날 언트는 소식이 끊긴 전우가 알래스카의 땅 40에이커(약 16만㎡)를 자신에게 남겼다는 소식을 듣는다. 언트는 미지의 땅에서 새 출발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들떠 서른 살 아내 코라와 열세 살 딸 레니를 설득해 오리건주를 떠난다.

그러나 ‘약속의 땅’인 줄 알았던 알래스카는 이들에게 혹독한 시련을 안겨준다. 누구의 눈치도 간섭도 받지 않고, 대자연 속에서 자유를 만끽하며 살 줄 알았지만 알래스카의 겨울은 가족을 위기로 몰아넣는다. 자연환경보다 더 큰 위협은 가족 내부에서 자라기 시작한다.

우연을 스토리 전개의 중요한 장치로 사용하는 것을 이 소설의 약점으로 지적하는 시각도 있지만 캐릭터의 서사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