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무학교회 전경숙(61) 사모는 대형교회 사모이지만 남편의 목회사역을 전방위로 지원하는 ‘교회 중심 내조형’ 사모다. 많은 사모가 롤모델 삼는 그는 청년, 사모, 부부를 대상으로 다양한 상담사역을 하고, 지난 10년 동안 코스타(KOSTA·해외유학생수련회) 강사로 젊은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는 무학교회의 대표적인 가정사역 프로그램 ‘마더 와이즈’, ‘부부학교’의 강사이기도 하다. 마더 와이즈는 9주 과정의 어머니학교로 청년부터 젊은 엄마,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모든 연령대의 여성이 참여한다. 전 사모는 이들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가정을 세울 수 있도록 인도한다. 부부학교에선 남편 김창근(69) 목사와 함께 강의한다. 인일여고와 경희대 작곡과를 졸업한 전 사모는 성도들을 좀 더 잘 이해하고, 목회를 돕기 위해 서울여대 기독교대학원에서 기독교상담학을 공부했다.
최근 서울 성동구 행당동 무학교회에서 만난 전 사모는 “네 헛된 평생의 모든 날 곧 하나님이 해 아래에서 네게 주신 모든 헛된 날에 네가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즐겁게 살지어다 그것이 네가 평생에 해 아래에서 수고하고 얻은 네 몫이니라(전 9:9)”는 말씀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가장 주고 싶어 하는 핵심 가치라고 말했다. 하나님은 가정이 화목하길 원하신다는 것이다.
그는 성공적인 자식 농사는 좋은 대학과 좋은 직장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부모를 존경하고 좋아하는가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큰아들이 장신대 면접시험에서 ‘아버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란 질문을 받고 ‘저는 아버지가 무학교회 목사이기 전에 내 아버지라서 좋아요. 아버지를 보면 하나님을 느낄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네요. 그 고백이 너무 감사했어요.”
어린 시절 “엄마, 천국 가면 우리 집 같겠지?”라는 고백으로 부모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 두 아들은 현재 목회자가 됐다. 장남은 상도교회 부목사, 차남은 금호연풍교회 전도사로 사역하고 있다.
그는 부부학교에서 성도들에게 가정예배를 드리라고 강조한다. “목회자들이 예배에 치여 정작 가정예배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있는데 큰 손해입니다. 하나님은 가정을 희생하며 목회하라고 말씀하지 않으셨어요. 저희는 가정예배를 통해 가정의 행복을 지킬 수 있었어요. 자녀들이 출가한 지금도 매일 가정예배를 드립니다.”
전 사모는 코스타에서 실패를 두려워하고 상처 때문에 힘들어하는 젊은이들에게 ‘회복 탄력성(resilience)’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들려준다. 살아오면서 받은 상처가 주님이 주신 회복 탄력성에 따라 가장 좋았던 때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미래를 안다면 지금의 아픔도 상처 앞에서도 무너질 필요가 없다. “상처가 없는 나무로 만든 바둑판은 1등급이지만 (갈라진 틈이 저절로 붙어) 상처가 회복된 나무로 만든 바둑판은 특급입니다. 특급 바둑판은 탄성이 좋아서 바둑돌로 상처를 아무리 많이 받아도 얼른 처음 상태로 돌아갑니다. 상처는 오히려 최상급으로 가는 발판이 됩니다.”
그는 극도의 이기주의와 물질주의 속에서 결혼보다는 화려한 싱글로 살겠다는 젊은이들에게 “정직함과 만족함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영원한 부유함”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결혼은 하나님의 디자인입니다. 기성세대들이 행복한 모습을 보여줘야 해요. 목회 초창기 때 남편이 ‘여보, 나 목회 잘 못할 수도 있어. 그런데 청소는 잘하니 사찰 집사는 잘할 수 있어. 내가 만약 사찰 집사가 돼도 아내 노릇 해 줄 수 있겠어?’라고 묻는 거예요. 그래서 ‘당연하죠. 살 집만 있으면 잘할 수 있어요’라고 말했죠.”
남과 비교하면 불행해진다. 그는 질투란 다른 사람의 복을 세는 것이라며 남의 복을 세지 말고 내가 받은 복을 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사모들은 교회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엉거주춤한 자세가 될 때가 있다며 먼저 하나님이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가를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신이 사랑받는 존재란 것을 알 때 당당해집니다. 그러기 위해서 예수님과 친해져야 합니다. 또 어려운 상황에서 말씀을 붙드는 것이 믿음입니다. 성경말씀 읽기와 찬양으로 ‘영적 저금’을 많이 하길 바랍니다.”
부부의 웃는 모습이 닮았다. 최근 전 사모가 출간한 책 제목 ‘여보, 나도 흠모해’(교회성장연구소)는 남편이 그에게 한 말이다. 남편으로부터 존경과 존중의 의미가 담긴 흠모한다는 고백을 받은 아내는 흔치 않을 듯하다. 38년 결혼생활, 이들은 지금도 손잡고 다닌다.
“목회 열심히 하면서도 행복한 부부로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하나님은 교회의 크기로 목회자를 평가하지 않으십니다. 목회자에게 맡겨진 영혼을 얼마나 사랑했는가로 평가하실 것입니다.”
이지현 선임기자 jeehl@kmib.co.kr
사진=신현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