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외국 기업들이 군침을 흘리는 거대한 시장이지만 진입장벽도 높고 유형·무형의 규제도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와 국민의 정서를 잘못 건드리면 곧바로 응징을 당해 살아남기 힘들다.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한 중국은 자국의 힘을 바탕으로 무역에서도 당근과 채찍 전략을 활용한다. 중국에 우호적인 정도에 따라 ‘차가운’ ‘따뜻한’ ‘뜨거운’ 파트너 세 부류로 구분해 대응한다. 중국에 우호적이거나 전략적으로 필요한 국가들에는 적극 구애를 하지만 중국의 핵심 이익에 반하는 나라에는 가차없다. 현재 중국은 정부와 언론, 국민이 한목소리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한국의 사드 배치에 중국 정부가 발끈하자 중국 소비자들이 한국 제품과 기업들에 대한 보이콧(불매운동)을 시작했던 것처럼. 그래서 세계적인 기업들도 모두 중국 정부와 국민 정서에 극도로 민감하다. 중국 정부의 눈 밖에 나면 생존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상하이의 컨설팅 업체 CMR그룹 창립자 숀 레인은 ‘중국의 지갑을 향한 전쟁’이란 책에서 이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그의 결론은 간단하다. 중국 정부의 눈에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 정부를 행복하게 만드는) 외국 기업은 중국 정부와 소비자의 지지를 얻을 것이다. 이것은 오늘날 중국과 거래하는데 드는 비용”이라고 했다. 다분히 친중국적 시각이지만 이 책은 중국이 스스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데 유용하다.
미국 국적인 숀 레인은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을 지낸 예젠잉의 외손녀 남편이다. 중국 재벌에서부터 관료, 외국 기업 경영진에 이르기까지 ‘관시(關係)’가 넓다. 2012년 ‘값싼 중국의 종말’이란 책을 펴내 중국 전문가로서 입지를 다졌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