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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에게 묻다] ‘시력도둑’ 녹내장… 안압 조절 새 치료법 개발 몰두

서울대병원 안과 박기호 교수가 정상 안압 녹내장이 의심되는 한 중년 남성의 눈 속을 살펴보고 있다. 최근 원인불명의 황반부 내막세포 손상으로 안압 상승과 관계없이 녹내장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서울대병원 제공


서울대병원 안과 박기호(56) 교수는 녹내장 진단 및 치료 명의다. 11일부터 17일까지인 ‘2018 세계 녹내장 주간’을 맞아 한국녹내장학회(회장 국문석·서울아산병원 안과 교수)와 손잡고 실명위험 녹내장 예방 캠페인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박 교수는 호주 시드니대 아이반 골드버그 교수, 미국 뉴욕대 로버트 리치 교수 등과 함께 세계녹내장협회(WGA) 세계 녹내장주간 캠페인의 집행위원을 맡고 있다.

박 교수는 아시아권 안과의사 중 단 3명만 위촉된 WGA 실행위원과 한국인 최초로 공식학술지 ‘저널 오브 글라우코마(Journal of Glaucoma)’ 부편집장으로 활동하며 세계 실명예방 운동 및 정책연구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녹내장학회(APGS) 이사, 영국안과학회지(BJO)와 일본안과학회지(JJO)의 섹션 편집인, ‘인베스티거티브 옵탈몰로지 앤드 비주얼 사이언스’(IOVS)지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국내에선 현재 서울대병원 안과 과장 겸 주임교수로 일하고 있다. 앞서 이 병원의 적정의료추진단장, 서울의대 기획부학장을 역임했다. 2014∼2016년 한국녹내장학회 회장을 지낸 데 이어 오는 7월 대한안과학회 이사장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그동안 대한안과학회 한길학술상, 아시아태평양안과학회(APAO) 봉사상 및 공로상, 미국안과학회 공로상, 서울대병원 심호섭학술상 등을 수상했다. SCI급 학술지에 240여편의 연구논문을 발표하고 녹내장 관련 저서를 7권이나 펴내며 안과학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공로다.

박 교수는 12일 “앞으로 눈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국민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갈 생각”이라며 “아직 뚜렷한 치료법이 나오질 않아 개척의 여지가 많은 ‘소리 없는 시력도둑’ 녹내장 퇴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30대 이하 19%…조기 발견·치료가 중요

녹내장은 눈 속의 압력(안압) 상승으로 시신경이 눌리거나 혈액 공급에 문제가 생겨 시신경이 망가지면서 시야장애를 일으키는 병이다. 풍선 안에 공기가 꽉 차 있는데 공기를 계속 넣으면 풍선이 얇아지다 터지는 것처럼, 안압이 높아지면 시신경이 모여 있는 눈 뒤쪽 부분(시신경유두)이 압력을 못 이겨 뒤로 밀리면서 망가진다. 그 결과 손상된 시신경이 담당하던 시야가 뿌옇게 변해 실명까지 이를 수 있다.

40세 이상 우리나라 국민의 녹내장 유병률은 3.5%며 녹내장은 전체 실명 원인의 약 11%를 차지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직 녹내장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국녹내장학회에 따르면 환자들 대부분은 자신이 녹내장에 걸린 줄도 모르고 지낸다. 안압은 정상인데도 녹내장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가 80∼90%에 이르고, 일반 건강검진에서도 시신경유두 검사는 물론 안저촬영검사를 하지 않아 방치되는 경우가 많은 까닭이다.

녹내장은 크게 급성과 만성으로 나뉜다. 급성녹내장은 안압이 급속도로 높아지며 시신경을 빠르게 손상시킨다. 이 과정에서 시력감소 안통 두통 구토 충혈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그래서 비교적 몸에 이상이 생겼음을 쉽게 느낀다.

반면 만성녹내장은 시신경이 서서히 파괴되고 자각증상도 거의 없어 말기가 돼서야 발병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만성 녹내장 중에서도 가장 흔한 것이 ‘정상 안압 녹내장’이다.

정상 안압 녹내장이란 안압이 정상 범위(10∼21㎜Hg)임에도 불구하고 시신경이 손상되는 상태를 가리킨다. 안압이 정상인데 왜 시신경이 손상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박 교수는 “정상 범위의 안압에도 잘 망가지는 시신경을 타고났거나 안구 뒤쪽의 혈류장애, 면역학적 요인 등에 의한 것이 아닌지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녹내장 환자들의 연령대는 70대 이상 24.1%, 60대 21.4%, 50대 20.6%, 40대 15.3% 등의 순서로 조사돼 있다. 50대 이상 환자가 전체의 66.1%를 차지한다. 그러나 30대(9.5%) 20대(6.4%) 10대(2.3%) 10세 미만(0.4%) 등 30대 이하 젊은 녹내장 환자 비율도 18.6%로 적지 않아 주의가 필요하다.

녹내장 치료, 안압 조절 미세 튜브 삽입술 주목

녹내장 치료는 시신경 손상을 유발하는 수치 아래로 안압을 조절하는 게 핵심이다. 안압을 1㎜Hg 떨어뜨리면 녹내장 진행을 10% 감소시킬 수 있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다.

안압이 다른 사람보다 높지 않아도 시신경이 선천적으로 약한 사람은 안압을 더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박 교수는 “타고난 시신경이 상대적으로 약한 정상 안압 녹내장 환자들의 경우 다른 정상인에게는 별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의 안압 수치에도 시신경이 손상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안압을 조절하는 치료법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약물요법과 레이저치료, 수술요법이다.

약물요법은 점안약, 경구용, 주사제 등으로 분류된다. 어떤 것을 써야 할지는 환자의 눈 상태에 따라 결정된다. 레이저 치료는 약물요법의 보조수단으로 사용되거나 수술 요법을 시행하기에 앞서 쓰인다. 눈을 절개하지 않기 때문에 시술에 따른 합병증이 적고 시술이 간단하다는 장점이 있다. 수술요법은 약물요법이나 레이저치료로 안압이 잘 조절되지 않거나, 빠르게 안압을 떨어뜨려야 할 필요가 있을 때 시행된다. 최근 의학기술의 발달로 수술 합병증이 줄어 조기 수술을 주장하기도 하나 아직까지는 약물요법과 레이저치료 후에 수술을 하는 게 일반적인 절차다.

안약을 매일 점안할 필요 없이 한 번 착용 또는 시술로 지속적으로 약물을 서서히 방출시켜 안압을 조절하는 방법들도 개발되고 있다. 콘택트렌즈 또는 임플란트 형식의 약물전달 시스템을 차용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특수하게 고안된 콘택트렌즈에 약물을 담아 지속적으로 약물을 방출시키거나 안압센서가 장착된 임플란트를 통해 안압 조절 약물을 조금씩 방출하는 치료법이다. 국내에선 박 교수팀이 동물실험단계에서 일부 효과를 입증한 상태다.

일반 녹내장 수술의 전 단계 치료로 시행이 가능한 최소 침습 수술법 연구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내경이 0.15㎜에 불과한 가느다란 튜브를 눈에 주사하듯 심어서 방수가 서서히 배출되도록 해 안압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박 교수는 이에 대한 임상시험연구 역시 올해 안에 시작할 계획이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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