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17일이었다. 서른여섯 살 동갑내기 부부가 집을 버리고 캠핑카에서 살기 시작한 것은. 무모한 결정을 내린 건 캠핑카에서 여행하듯이 사는 ‘밴라이프(Vanlife)’가 부부의 버킷리스트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버킷리스트에 대한 정의가 남들과는 달랐다.
“버킷리스트란 죽기 전에 치러야 할 인생의 밀린 과제가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언제 죽을지 모르니 간절히 하고 싶은 일은 지금 당장 실천해야 한다는 분명한 메시지였다.”
책에는 캠핑카를 타고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닌 부부의 지난 1년이 담겨 있다. 저 사진을 찍은 장소는 경남 거제. 두 사람은 차를 몰고 언덕으로 올라가 드론을 띄워 저 사진을 찍었다. 사진이 담긴 페이지엔 이런 글귀가 등장한다. “관점을 바꾸는 두 가지 방법. 하나, 속도를 바꾼다. 둘, 높이를 바꾼다. 익숙했던 것들이 생소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남편인 허남훈씨는 뮤직비디오 감독이고 아내인 김모아씨는 작가다. 둘은 캠핑카를 구입해서 밴라이프를 시작한 게 아니었다. 부부는 캠핑카 제조업체를 상대로 캠핑카를 빌려주면 홍보 영상을 만들어주겠다고 제안해 업체의 ‘협찬’을 이끌어냈다.
그런데 캠핑카 대여 기간은 1년이다. 곧 캠핑카를 반환해야 하는 처지다. 그렇다면 앞으로 이 부부의 삶은 어떻게 될까. 이들의 답변은 다음과 같다. “우리의 첫 번째 밴라이프가 끝나가는 지금에야 어떻게 여행하면 좋을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조금 알게 된 것 같다. 틈날 때마다 우리나라를, 우리 자신을 더 많이 돌볼 것을 다짐해본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