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출판

[책과 길] 공감능력, 왜 리더의 중요한 덕목인가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는 “리더라면 자신이 이끄는 사람들의 자신감을 키울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리더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말했다. 나델라가 지난해 9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IT 개발자 콘퍼런스 ‘이그나이트 2017’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제공




혁신과 공감. 서로 어울리지 않는 듯 보인다. 고래와 사과처럼 선뜻 나란히 떠올리기 어려운 조합이다. 0과 1로 일으킨 IT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의 최고경영자(CEO)에게서 나온 말이라 의아하기까지하다. 2014년 CEO로 취임해 MS를 다시 일으킨 사티아 나델라(51)는 그의 책 ‘히트 리프레시(Hit Refresh)’에서 줄곧 혁신과 공감을 나란히 두고 이야기한다.

“이 책은 혁신에 관한 이야기다. 다시 말해 다른 사람에 대한 공감 능력과 그들을 돕겠다는 열망을 원동력 삼아 현재 나와 MS가 진행하는 변화에 관한 이야기다. 근본적으로는 인간과 공감에 관한 이야기다.”

책에는 나델라의 개인사가 담겨있지만 성공한 기업가의 회고록은 아니다. 경영서로 분류하기도 애매하다. 나델라의 경영철학이 쓰였지만 그보다 사회 문화 인간에 대한 통찰력을 담았다고 봐야 더 적절하다.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같은 질문을 던지는 CEO는 어떤 인물일까?” 책은 그에 대한 대답이다.

나델라는 인도의 고위 공무원인 아버지와 산스크리트어 교수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균형 잡힌 삶을 향한 어머니의 바람에 영향을 받았다는 나델라는 자신이 6살 때 5개월 된 동생을 잃고 교수직을 그만둔 어머니를 떠올렸다.

“오늘날 기술 산업 현장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어머니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다. 어머니에게도 자격이 있었다. 하지만 직장문화와 당시 인도의 사회규범이 겹쳐져 어머니는 가정생활과 자아실현의 열정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수 없었다.” 이런 지점을 포착해내는 CEO라니 낯설면서 반갑다.

청년시절의 그는 탁월한 공감능력을 탑재한 사람이 아니었다. 태어나자마자 뇌성마비를 얻은 첫 아이가 그를 바꿔놓았다. “남편과 아버지가 되는 동안 나는 감정이 풍부해졌다. 사랑과 창의력이 어떤 성과를 내는지도 깊이 이해하게 됐다. …직장에서는 바로 그 공감이 영감을 불러일으켰다.” 공감이 혁신으로 연결되는 것을 나델라는 경험적으로 알았다. 개인사의 부침이 CEO의 덕목으로 채워졌다.

공감능력과 기술의 상호작용을 나델라는 숱하게 목격했다. 클라우드 데이터에서 뽑아낸 지식은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을 돕고, 네팔의 지진으로 다치거나 집을 잃은 사람들을 신속하게 지원하고,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을 추적하게 한다. 행복하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게 무엇인지 찾아내는 능력이 기술의 진보를 이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공감의 힘을 믿은 나델라는 구성원 개개인의 성장에 관심을 기울였다. 구성원의 성장을 극대화하기 위해 직원 모두에게 자율적으로 일할 권한을 부여했다. “우리는 돈 때문에 일하는 것이 아니다. 자아실현을 위해 일한다. 조직이 그것을 돕는 곳이 될 때 구성원과 조직, 모두가 성장할 수 있다.” 그가 옳았다. 개인의 성취가 조직을 혁신시켰다. 나델라 취임 후 MS는 4년 만에 주식이 3배 가까이 뛰었고, 클라우드 서비스 업계 세계 1위로 올라섰다.

포브스는 이 책을 ‘2018년 리더를 위한 책’으로 골랐다. “나는 공감능력이 리더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자신이 이끄는 구성원들의 자신감을 키우기 때문이다.” 조직의 구성원들은 이런 리더를 원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관통하는 통찰이 여기 담겨 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