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서점에 접속해 ‘우울할 땐 뇌 과학’을 검색하면 이런 내용의 글을 만날 수 있다. 출판사가 이 책의 장점으로 꼽은 4가지 항목이다. ①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한다. ②기초지식이 없어도 쉽게 읽을 수 있다. ③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④결국 안심하게 해준다.
상투적인 홍보 문안으로 여길 수 있겠지만 저 소개글은 얼마간 맞는 말이다. 특히 ②번이 그렇다. “기초지식이 없어도” 쉽게 읽을 수 있는 과학책이다. 그동안 뇌 과학 분야 서적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는 독자라면, 이 책이 굉장히 흥미로울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이렇게 생각한다. 인간의 두뇌는 유년기를 지나면 크게 바뀌지 않는다고. 하지만 자기공명영상기법을 활용해 뇌의 움직임을 관찰하면 이런 믿음이 틀렸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두뇌는 평생 동안 끊임없이 변하는 신비로운 기관이다.
책은 우울증을 다루고 있다. 저자인 앨릭스 코브는 15년 넘게 우울증 분야를 연구한 세계적인 신경학자다. 그는 우울증을 설명하면서 ‘하강나선’이라는 용어를 도마에 올린다. 인간은 나선 형태의 하강 곡선을 타고 우울의 바닥으로 내려간다는 것이다. 여기엔 우울증 환자의 두뇌는 부정적인 변화를 배가시키는 쪽으로 작동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렇다면 우울증은 어떻게 해야 극복할 수 있을까. 뇌는 ‘하강나선’ 형태로만 가동되는 게 아니다. ‘상승나선’을 탈 수도 있다. 상승나선을 타면 우울증에서 탈피할 수 있는데, 그 방법은 여러 가지다. 저자는 수면이나 전문가의 도움 등 다양한 방법을 늘어놓는다. 저마다 귀에 쏙쏙 박히는 해법이다. 예컨대 저자는 우울증 퇴치법 중 하나로 운동을 꼽으면서 이렇게 적었다. “우울증에 걸린 뇌는 아마 포기하라고 말할 것이다. 운동을 하면 너무 아프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의견은 고맙게 잘 들었다고 대답하고 이제 걸으러 나가자.”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