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환자가 5년 생존에 이를 확률은 전이가 되지 않았을 경우 약 60% 이지만, 원발 부위에서 떨어진 장기나 조직으로 종양이 퍼져 나간 경우 약 5%로 급격히 낮아진다. 폐암은 환자 5명 중 1명만이 조기에 발견되기 때문에 치료가 어렵고, 모든 암 가운데 ‘사망원인 1위’라는 꼬리표를 달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폐암 치료의 성과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첫째, 가급적 조기에 발견해 치료를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며, 둘째, 어쩔 수 없이 질환이 상당 부분 진행된 후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 암종이라는 점이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
최근 보건 당국의 정책적 행보에는 이 같은 폐암의 질환 특성을 반영한 내용들이 있어 고무적이라고 본다. 일부 기관에서 흡연자 등 폐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진행해 온 무료 검진 시범사업이 내년부터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것이 한 예이다. 암을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 성과가 높을 뿐 아니라, 사회경제적으로도 질병 부담을 크게 줄여 주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바람직한 결과들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지난해 말 타그리소와 같은 혁신적인 폐암 표적 치료제들이 난항 끝에 급여화가 된 점을 또 하나의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다. 머리카락이 빠지는 등 많은 부작용을 안고 있는 기존 화학요법을 받았던 환자들에게 표적 항암제의 등장은 효과와 부작용을 개선해 주는 새로운 치료 옵션이었다.
하지만 이 또한 언젠가 내성이 생겨 항암 화학요법으로 회귀해야 하기에 환자들의 상실감과 고통은 더 컸었다. 이러한 환자들에게 내성을 극복한 3세대 표적 치료제인 타그리소의 건강보험 혜택이 가능해 짐으로서 환자들이 활기찬 일상을 되찾고 있다. 이는 의사로서 병원에서 지켜볼 수 있는 가장 경이롭고 보람 있는 장면 중 하나이다.
길을 새로 냈다면 보다 많은 이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그 길을 지키고 가꾸는 것도 필요하다. 조기 진단을 위한 무료 검진의 확대도 중요하다. 하지만 줄이어 기다리고 있는 혁신적 치료제에 대한 접근성 확대 등의 논의들이 조만간 열매를 맺어, 폐암이 사망원인 1위 암이라는 꼬리표를 떼는 것을 지켜보고자 한다.
조병철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