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황모(80·여·농업)씨가 걷지도 못할 정도로 무릎이 아프다며 내원했다. 진찰을 해보니 퇴행성관절염을 오래 앓은 탓인지 양쪽 무릎 모두 연골이 거의 다 닳은 상태였다. 환자의 신체적·경제적 부담을 고려해 양쪽 무릎을 동시에 수술하는 방식을 권했다. 황씨가 평소 고혈압과 당뇨병을 앓고 있었지만 수술 및 재활 치료는 별 탈 없이 진행됐다. 황씨는 “그동안 참고 산 게 억울하다. 진작 수술을 받을 걸 그랬다”며 크게 만족감을 표시했다.
무릎 관절염은 관절을 보호하는 연골이 손상되거나 노화에 의한 퇴행성 변화로 생기는 질환이다. 잘못된 생활습관 및 과(過)사용에 의한 퇴행성 변화 외에도 스포츠손상을 방치하다 관절염으로 악화되는 경우, 비만이나 유전 등의 이유로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잘못된 생활습관 중에는 쪼그려 앉기 자세가 퇴행성관절염을 부르는 가장 흔한 원인으로 꼽힌다. 오랜 기간 농사를 지어온 황씨 사례가 여기에 해당된다. 과도한 노동과 장시간 쪼그리고 앉아서 하는 일을 반복하면 무릎에 가해지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 스포츠손상이 퇴행성관절염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레포츠 인구의 증가와 더불어 늘어난 청년 퇴행성관절염 환자들을 보면 운동 중 다친 연골을 방치하다 관절염을 자초한 경우가 적지 않다. 손상이 가해진 상태로 무릎을 계속 사용하다가 관절염을 자초하고, 그로 인해 조금만 걸어도 무릎 통증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한번 손상된 관절 연골은 스스로 재생되는 법이 없다. 따라서 손상 초기에 적극적으로 치료, 더 이상 악화되지 않게 하는 게 좋다. 초기에는 약물요법 등 비(非)수술 치료도 가능하다. 하지만 계속 치료를 미루다 연골이 거의 다 닳아 없어지면 인공관절 수술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다행히 인공관절수술은 의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고령자들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자들을 위한 안전성 확보는 물론 ‘스피드 인공관절’ 및 ‘무수혈 인공관절’ 시스템으로 발전하고 있다. 나아가 양측 무릎을 동시에 수술하는 것도 가능해져 환자들의 신체적·경제적 부담도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관절염은 생활 속에서 예방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좌식생활보다는 입식생활이 좋다. 평소 관절에 무리가 가는 작업이나 운동은 피해야 한다. 가급적 표준 체중을 유지해 비만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서동원 분당바른세상병원 대표원장
삽화=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