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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에게 묻다] 한국 신장이식의 선구자… 새로운 치료법 개척 앞장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신장내과 양철우 교수(왼쪽 세번째)가 최근 말기 신부전 상태에 빠져 신장이식 수술을 받은 만성 콩팥병 환자에게 이식신 거부반응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점들을 알려주고 있다.이병주 기자


서울성모병원 신장내과 양철우(59) 교수는 급·만성 콩팥병의 진단 및 치료와 신장이식의 명의로 꼽힌다. 현재 신장이식 외엔 생명을 이어갈 대안이 없는 만성 콩팥병 환자들을 위한 전문 클리닉을 운영 중이다.

양 교수는 1979년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85∼89년 서울성모병원에서 인턴 및 신장내과 전공의 수련을 받았다. 92년부터 가톨릭의대 내과학교실 교수 겸 서울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로 일해 왔다.

양 교수는 대한신장학회 보험·법제이사 및 대외협력이사, 대한내과학회 간행이사, 서울성모병원 연구부원장, 의생명산업연구원 연구진흥부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도 대한이식학회 상임이사,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장과 면역질환융합연구사업단장을 겸하고 있다.

‘콩팥 섬유화 반응 억제제 개발에 관한 연구’ ‘이식 후 거부반응이 나타날 것인지를 유전체검사로 예측하는 방법 연구’ ‘혈액형 불일치자 간 이식 연구’ 등 그동안 300여 편의 논문을 SCI급 국제 학술지에 발표했다.

거의 대부분 콩팥병 환자 진료 중 떠오른 아이디어를 연구과제로 삼은 것이다. 양 교수는 19일 “환자 치료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연구가 아니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철칙처럼 삼고 있다. 그러자면 연구 과제도 진료를 통해 얻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요즘 양 교수가 집중하는 연구는 이식 후 이식신 기능저하를 어떻게든 조기에 발견, 되살리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특히 의학계의 뜨거운 이슈인 줄기세포를 이용, 이식신의 만성 거부반응을 억제하는 임상시험연구에 관심이 많다. 면역관용유도를 통한 이식이란 새 영역을 개척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양 교수가 이끌고 있는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이식센터 신장이식팀의 역사는 한국 신장이식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69년 (명동)성모병원에서 외과 이용각 민병석 교수팀이 국내 최초로 신장이식에 성공한 이래 50여년간 이 분야의 발전을 선도하며 중추적 역할을 해온 까닭이다.

요독이 쌓여 몸이 붓는 병

콩팥은 양쪽을 합해 무게가 300g정도인 작은 장기다. 하지만 콩팥으로 들어가는 혈액의 양은 1분당 약 1ℓ에 이를 정도로 엄청나다.

이렇게 콩팥으로 흘러든 혈액은 ‘사구체’라고 불리는 콩팥의 여과장치에서 분당 120㎖정도씩 걸러진다. 신장내과 의사들은 이를 ‘사구체 여과율’(GFR)이라 하고 콩팥기능이 정상인지 가리는 척도로 삼는다.

우리 몸이 정상적으로 신진대사 활동을 하기 위해 콩팥은 꼭 필요한 장기다. 콩팥은 우리 몸속에 쌓인 노폐물을 최종적으로 걸러내는 종말처리장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내장기관의 산도와 수분 삼투압, 혈압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전해질 농도를 조절하는 일, 적혈구를 만드는 데 필요한 조혈 호르몬을 분비하는 일 등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조절기능을 수행한다.

‘만성 콩팥병’(CKD)이란 콩팥 손상으로 이런 기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의학적으로는 단백뇨나 혈뇨와 같이 콩팥 손상 시 나타나는 뚜렷한 이상 증상이 나타나거나 분당 사구체 여과율이 60㎖/1.73㎡ 미만으로 감소된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될 때 만성 콩팥병 판정을 내린다.

만성 콩팥병은 사구체여과율에 따라 다섯 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신장 기능이 정상이지만 소변 검사에서 단백뇨가 비치는 등 이상 증상이 보이는 상태다. 2단계부터는 사구체 여과율도 점점 떨어지기 시작한다. 쉽게 피로해지고 입맛이 없어지며 몸이 붓고 불면증, 가려움증 등의 증상도 겪는다. 5단계가 되면 콩팥 기능이 정상인의 15% 미만으로 저하돼(말기 신부전) 신장 이식이나 투석 치료 등 신(腎)대체요법을 시행하지 않으면 생명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

양 교수는 “만성 콩팥병은 조기에 발견, 치료하면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콩팥은 침묵의 장기라 발병 초기에 알기가 쉽지 않은 게 함정”이라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암 환자보다도 생존율 낮아

일반적으로 35∼45세의 콩팥 기능을 기준으로 했을 때, 콩팥이 병든 사람은 해마다 약 3%씩 콩팥기능이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콩팥에 병이 없는 사람은 콩팥기능이 약해지는 정도가 연간 0.3∼0.5% 정도에 그친다.

양 교수는 “어느 쪽이든 나이 들어 당뇨 고혈압 복부비만 등 대사증후군을 동반할 경우 더 큰 폭으로 콩팥 기능이 감소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사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당뇨 고혈압 등을 동반한 고령층 만성 콩팥병 환자 비율이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질병관리본부 자료에 따르면 투석치료를 받는 만성 콩팥병 환자의 5년 생존율은 남자 65.3%, 여자 68.0%로 조사돼 있다. 하지만 당뇨와 고혈압을 동반하고 있는 콩팥병 환자는 5년 생존율이 이보다 더 낮아 56.9%밖에 안 된다.

이는 유방암 자궁경부암 위암 전립선암 등 몇몇 암 환자들의 5년 생존율보다 낮은 비율이다. 만성 콩팥병 환자들은 일반인보다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최대 8배 이상 높다는 보고도 있다.

당뇨 고혈압 사구체신염 요주의

당뇨와 고혈압은 사구체신염과 함께 만성 콩팥병의 3대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당뇨는 전체 발병 원인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흔해 최우선적으로 주의가 필요하다. 연구결과 당뇨 환자는 콩팥질환을 합병할 확률이 일반인보다 2.7배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당뇨에 의한 콩팥병 환자는 당뇨 유병 기간이 길어질수록 말기 신부전으로 이행하는 속도도 빨라진다. 심혈관질환을 합병, 사망할 위험 역시 높아진다. 위험신호는 단백뇨다. 만약 소변에 단백뇨가 비치면 말기 신부전으로의 추락을 경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고혈압이 콩팥을 손상시키는 경우도 전체 만성 콩팥병의 20%나 된다. 고혈압과 콩팥병은 서로 물고 물리는 관계다.

고혈압 환자들은 높은 혈압 때문에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기고 그로 인해 사구체가 손상되기 쉽다. 그 결과 콩팥은 혈액 속 노폐물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게 된다. 반대로 콩팥이 손상됐을 때도 혈압이 잘 조절되지 않아 고혈압에 빠질 수 있다. 고혈압이 콩팥병을 일으키고 콩팥병이 고혈압을 악화시키는 관계인 셈이다.

잘못된 생활습관도 콩팥에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짠 음식과 국물음식을 주로 먹는 우리나라의 식습관이 콩팥질환을 부추긴다. 양 교수는 “염분이 수분과 결합해 몸을 붓게 하고 고혈압을 심화시키는 촉매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며 “되도록 싱겁게 먹는 습관을 길들여야 콩팥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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