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을 다룬 또 하나의 책이 발간됐다. 화제작 ‘화염과 분노’만큼 충격적인 증언이나 새로운 사실을 담고 있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러시아 스캔들을 다룬 책 중 가장 깊이 있고 생생한 묘사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 평가에 걸맞게 출간되자마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논픽션 부문 1위에 올랐다.
중견 언론인 2명이 함께 쓴 ‘러시안 룰렛’은 트럼프 대통령을 불편하게 만드는 책이다. 미국 정치에 개입하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농간에 트럼프 대통령이 놀아났다는 게 저자들의 시각이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책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은 반역자”라고 비판했다.
이 책은 사업가 트럼프가 푸틴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모스크바를 방문한 2013년 11월 9일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부터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때는 트럼프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기 전이다. 트럼프는 오랫동안 모스크바에 자신의 이름을 붙인 또 하나의 ‘트럼프타워’를 짓는 게 꿈이었다. 푸틴 대통령을 만나면 그 꿈을 실현하게 될 것으로 믿었다. 트럼프가 미스 유니버스 대회를 모스크바에서 연 건 푸틴 대통령을 만나기 위한 구실이었다. 마침내 푸틴 대통령이 자신을 만나고 싶어 한다는 전갈을 받았을 때는 뛸 듯이 기뻤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을 만나려던 트럼프의 시도는 끝내 좌절됐다. 러시아에 투자하려던 그의 계획도 수포로 돌아갔다. 마침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반발한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거래하던 러시아 은행도 제재 대상에 들어있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