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체면도 부끄럼도 없는 자 ‘파렴치한’



도움은 못 줄망정 장애를 가진 사람을 노예처럼 부려먹고도 그런 적 없다고 발뺌하는 자들, 형편이 어려운 노인같이 보살핌이 필요한 이들을 등쳐먹는 자들…. 사람이라면 지녀야 할 염치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것들이라 하겠습니다. 이들에게 달아줄 이름표가 있지요.

‘파렴치한(破廉恥漢)’. 인간 이하의 이런 뻔뻔한 자들을 이르는 말입니다. ‘파렴치’는 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느끼는 ‘염치’를 파기(破棄)했다는, 즉 깨 버렸다는 뜻입니다. 떳떳한 도리인 체면을 지키고 양심에 꺼리는 마음을 갖지 않기로 작정했거나 애초에 그런 심성이 갖춰지지 않은 것이겠지요. 漢은 중국을 대표할 만한 글자인데 뜻밖에 남자를 낮춰 이르는 말로도 쓰입니다. ‘자’ ‘치’ ‘놈’ 정도. 여성을 괴롭히거나 희롱하는 정신 나간 사내를 치한(癡漢)이라 하고, 어떤 일에 전문 지식이나 조예가 없는 사람을 문외한(門外漢, 남자만을 대상으로 쓰는 말은 아님)이라 하지요. ‘파렴치한 놈’이 ‘파렴치한’입니다.

아는 게 이기(利己)밖에 없어 제 뱃속만 채우는 자들, 알량한 지위를 앞세워 남을 눌러보려는 같잖은 자들, 누가 부탁하거나 시킨 적도 없는데 나라의 큰일을 하겠다며 스스로 나서서는 결국 그만한 그릇이 아니라는 것만 확인시켜주는 이들…. 파렴치한이 어디 따로 있나요.

서완식 어문팀장

삽화=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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