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를 비롯한 커피 회사들이 발암물질 경고문을 커피컵 등 관련 제품에 표시해야 한다는 미국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워싱턴포스트 등 현지 언론은 29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고등법원이 캘리포니아주 독성물질 교육조사위원회(CERT)가 스타벅스를 포함해 90개 커피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여 “커피 회사들은 발암 경고 라벨을 붙여야 한다”고 판결했다.
고등법원은 “커피 회사들은 생원두를 로스팅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화학적 화합물 아크릴아미드의 위협이 미미하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고 밝혔다. 이어 “CERT는 커피를 지속적으로 마시면 태아, 영아, 아동 그리고 성인에게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증거를 제시한 반면 커피 회사들은 이런 인과관계를 반박하지 못했고 커피가 건강에 좋을 수 있다는 증거도 내놓지 못했다”고 밝혔다.
앞서 CERT는 2010년 커피에 발암물질 아크릴아미드가 함유돼 있고 이를 표기하는 커피 회사가 없다는 것을 지적하며 소송을 냈다. 캘리포니아 주법은 질병을 유발하는 유해 물질이 일정량 이상 제품에 포함돼 있다면 소비자들에게 의무적으로 알리도록 하고 있다. 사실 이번 소송은 단순히 커피의 유해성 여부를 가리는 게 아니라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한 것이다.
2015년 1심 재판에서 캘리포니아주 법원은 CERT의 손을 들어줬다. 그리고 이번 항소심에 앞서 세븐일레븐, 맥도날드, 펩시콜라 등 커피 관련 회사 760여개가 배상금을 내고 합의한 뒤 커피 제품에 경고문을 부착하고 있다.
8년 동안 끌어온 이 재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피고 측이 다음달 10일까지 상소할 수 있고, 커피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액 등 구체적 처벌 내용도 결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CERT가 캘리포니아주의 성인 커피 애용자 4000만명이 매일 커피를 마신 것으로 가정하고 1인당 2500달러(약 266만원) 이상의 배상액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져 소송 가액은 천문학적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그리고 이번 재판은 캘리포니아주에 해당하는 것이지만 앞으로 미국 내 음료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