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도 여성들이 직장과 성공, 자아실현을 이유로 결혼을 미루는 풍조가 확산되고 있다. 25세가 넘은 미혼 여성을 중국에서는 ‘성뉘(剩女)’라고 한다. ‘남은 여자’ 또는 ‘독신 여성’ 정도로 해석된다. 중국 여성들은 왜 결혼을 기피할까. 로젠 레이크는 베이징의 한 방송국에서 5년간 일하며 접한 사례들을 모아 ‘중국의 남은 여자들(Leftover in China)’이란 책을 펴냈다. 레이크는 책에서 미혼 여성들 문제가 “최고의 교육과 직장을 향한 치열한 경쟁 탓”이라고 했다.
책에 소개된 장메이(28)는 베이징의 작은 기숙사 형식의 방에서 거주하는 중국어 교사다. 하얼빈 출신인 그녀는 명절에 고향에 갔다가 가족들에게 “하얼빈에 사는 네 친구들은 이미 결혼해서 아이 낳고 잘 산다”는 잔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메이는 “나는 평생 남편과 시어머니,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그런 삶은 싫다”고 말했다.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결혼 상대를 찾기 힘들다. 미국 예일대를 졸업하고 뉴욕 로펌에서 일하다 베이징으로 돌아온 마준의 경우가 그렇다. 부모가 주선하는 남자들은 연애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아이를 낳아줄 착한 결혼 상대를 찾고 있었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녀는 활달하지만 직업 특성상 날카롭고 집요한 성격의 소유자다. 금융업에 종사하는 A씨(35)가 프로필만 보면 그녀와 딱 맞는 듯했지만, 결혼 상대로 교육 수준이나 직업이 자기와 비슷한 ‘센’ 여성에게는 관심이 없다고 했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2020년까지 법적으로 결혼 가능한 22세 이상의 남성이 20세 이상 여성보다 3000만명 이상 많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성비 불균형은 1979년부터 시작돼 2015년 중단된 한자녀 정책과 초음파 감별 기술 발전 때문이다. 일부 지역에선 특정 연령대의 남성 비율이 20%나 많다. 중국 남성이 결혼 상대를 찾는 것은 갈수록 어려워질 전망이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