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희의 음식이야기] 신대륙 발견의 또 다른 보물, 고추

붉은 고추


한국인의 대표적인 음식은 김치다. 김장을 담그고 이를 나누어 먹던 풍습은 우리 고유의 나눔 문화였다. 이러한 우리의 김장문화가 2013년 말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1492년 후추를 찾아 떠난 콜럼버스는 신대륙에 도착했지만 후추는 찾지 못했다. 대신 고추를 발견했다. 이후 전 유럽으로 전해진 고추는 16세기 포르투갈과 네덜란드 상인에 의해 아시아로 퍼졌다.

그런데 고추는 후추(pepper)와 종 자체가 전혀 다른데, 왜 레드페퍼(red pepper)란 이름이 붙여졌을까? 콜럼버스는 고추가 후추와는 많이 달랐지만 후추를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해 이를 빨간 페퍼라고 불렀던 것이다. 그는 자신의 일기에 ‘후추보다 더 좋은 향신료’라고 고추를 평했다.

고추가 국내로 들어오게 된 시기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데, 임진왜란 즈음에 일본으로부터 들여온 것이라는 설이 일반적이다. 중남미에서 유럽으로 건너 온 고추는 1543년 포르투갈 상인을 통해 일본에 전해졌다.

김치는 고추 맛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음식이지만 김치가 원래부터 매웠던 것은 아니다. ‘국물이 많은 절인 야채’란 의미의 ‘침채(沈菜)’가 김치의 어원인데, 여기에 고추를 넣어 담그게 된 것은 1700년쯤부터라고 한다. 그전까지는 마늘이나 산초, 생강 등 매운맛 내는 재료를 사용해 김치를 담갔는데, 18세기 들어 고추가 김치나 젓갈의 변질 방지와 냄새제거의 용도로 사용되면서 비로소 매운맛의 재료로서 고추를 넣게 됐다.

고추는 고유한 민속주도 낳았다. 고추감주라 하여 고춧가루를 탄 감주는 감기를 낫게 하는 약으로 먹는 민속주였다. 또 이질 등에 민속 약으로도 쓰였다. 우리나라는 1인당 1일 고추 소비량이 7.2g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고추를 많이 먹는 민족이라 한다. 심지어 매운 고추를 고추장에 찍어 먹는 유일한 나라이다.

홍익희 세종대 대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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