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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미역국과 낙지전골이 빚은 이야기



음식과 요리. 숱한 사연과 온갖 비밀을 품고 있는 말. 부엌에서 무언가 구워지고 데워지는 냄새에도 침이 꼴깍 넘어가는 것처럼 음식과 요리 이야기에는 반사적으로 궁금증이 일어난다. 흔한 소재인데도 언제나 끌린다. 7명의 젊은 소설가들이 써낸 7편의 이야기 ‘파인다이닝’도 음식과 요리라는 주제로 독자들을 끌어들인다.

왜 하필 요리 이야기일까. 소설집을 기획한 소설가 윤이형은 이렇게 적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게 요리라는 행위는 ‘계속 살아가겠다’라는 나 자신과의 약속일 때가 많다. (중략) 자신이나 다른 누군가를 위해 마음과 시간을 들여 그 일련의 과정을 해내고 있을 때, 나는 내가 완전히 주저앉아 버리지는 않았다고 느낀다.”

책에 담긴 7편의 소설에는 ‘완전히 주저앉아 버리지는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등장인물들은 요리를 하는 행위만으로 치유되고, 처음 먹어 보는 음식에서 힘을 얻어간다. 이야기 속에 따뜻함과 풍요와 소외된 사람들의 손을 살며시 잡아주는 위로가 녹아들어 있다.

“고마웠소. 노란 불빛만으로도 내 마음 다잡고 물질하러 들어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오. 사람이 홀로 고독허믄 이런 불로도 마음을 뎁히고 그러고 사는 거시제라. 내 그리 살았소. …여그 커피 값이 얼만지 모르제만 다 받으소. 나중에 나 가거들랑 내 빈소에 이 커피 한잔 올려주소. 잘들 지내소.”(‘커피 다비드’)

음식과 요리를 둘러싼 이야기가 마냥 훈훈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삶의 잔혹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요리는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 다른 생명을 취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그게 이 세상이 유지되는 방식이지만 가혹한 것도 사실이다.

“시들시들한 낙지를 펄펄 끓는 육수에 담그자 이번에도 낙지는 격렬하게 꿈틀댔다. …와, 이놈 이거 싱싱한 것 좀 봐라! 남자들 중 하나가 소리치자 나머지 남자들도 저마다 탄성을 토해냈다. 고통의 몸부림이 싱싱한 생명력으로 둔갑하는 순간이었다.”(‘매듭’)

7편의 단편은 경쾌하게 전개되면서도 저마다 단단한 주제를 품고 있다. 흥미로우면서도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들이다. 미역국 낙지전골 밀푀유나베 전복회 커피 초콜릿 케이크가 만들어 내는 이야기에 기꺼이 동참할 만하다. 출판사 은행나무는 젊은 소설가들의 좋은 작품을 널리 알리고 독자들이 부담 없이 다가올 수 있게 하겠다는 뜻에서 초판 1쇄분에 한해 특별가 5500원에 책을 내놨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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