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요리사의 솜씨 좀 보게/ 누가 저걸 냉동 재료인줄 알겠나/ 푸릇푸릇한 저 싹도 울긋불긋한 저 꽃도/ 꽝꽝 언 냉장고에서 꺼낸 것이라네/ 아른아른 김조차 나지 않는가.”
반칠환 시인의 시 ‘봄’입니다.
그 요리사 솜씨 한번 신통방통합니다. 푸릇푸릇한 저 싹도 울긋불긋한 꽃도 사실은 꽝꽝 언 냉장고에서 꺼낸 냉동식품이랍니다. 이것들이 요리사의 손에 닿으니 아지랑이처럼 김이 어리는 신선한 봄의 맛으로 부활합니다. 입안 가득 휘감아 오는 봄 맛. 한 입 깨어 무니 ‘봄’이라는 소망, 두 입 깨어 무니 ‘봄’이라는 위안, 세 입 베어 무니 봄이 말합니다. 자라라, 꽃피라, 사랑하라, 노래하라….
요리사 솜씨가 이 정도일진데, 만물을 지으시고 섭리하시는 주님의 솜씨는 어떠하겠습니까. 아직 입이 풀리지 않은 휘파람새도 봄비가 닿으면 화들짝 깨어 노래하듯, 주님이 말씀하시고 손잡아 주시면 동토(凍土) 같은 삶에 봄기운이 돋습니다. 희망과 기다림마저 잃었던 일곱 귀신 들렸던 자도, 남편이 다섯이나 있었던 여인도, 손가락질 받던 세리도, 아른아른 김이 나기 시작합니다. 새큼 상큼 봄맛이 나기 시작합니다.
“그 아이의 손을 잡고 이르시되 달리다굼 하시니 번역하면 곧 내가 네게 말하노니 소녀야 일어나라 하심이라.”(막 5:41)
한재욱 목사(서울 강남비전교회)
삽화=이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