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그런가? 안 그런가?… ‘긴가민가’



“펀펀 놀기만 하던 아들 녀석이 내일부터는 공부를 하겠다는데 글쎄, 깅가밍가하네.”

‘긴가민가’입니다. 어떤 것이 그런지 그렇지 않은지 분명하지 않은 모양을 이르는 말이지요. 원말은 ‘기연가미연가’입니다. 기연(其然)은 ‘그렇다’, 미연(未然)은 ‘그렇지 않다’는 뜻입니다. 기연가미연가는 ‘그런가? 그렇지 않은가?’ 하며 확신이 서지 않아 고개를 갸우뚱한다는 뜻이지요. 기연가미연가가 그냥 ‘긴가민가’로 변해 쓰이는 것입니다.

其는 곡식 따위를 까불러 쭉정이나 티끌을 골라내는 ‘키’를 두 손으로 잡은 모습의 글자인데 닮았나요. 키는 아이가 이불에 오줌을 싸면 이웃에 소금 받으러 보낼 때 씌우기도 했지요. 其가 ‘그’로 뜻이 한정되면서 키는 재료인 竹(죽, 대)을 붙여 箕(기)로 대체했습니다. 然은 불(火)에 개(犬, 견)고기(月=肉, 육)를 굽는 모양입니다. ‘태우다’의 뜻을 가졌는데 고대 중국에서 만들어진 글자이고, 입 밖에 내기 거북하지만 개고기를 구워 먹는 것은 ‘그럴 만하다(然)’는 뜻으로 의미가 넓어진 것입니다. 然이 ‘그러하다’ 등으로 굳어져 쓰이자 원래 ‘태우다’는 불을 하나 더 붙였지요. 燃(연).

걸핏하면 말을 바꾸고 약속을 어기는 사람들, 엄연한 사실을 왜곡·부인하고 인류 보편 가치에 반하는 짓을 태연히 하는 나라들. 신용 없이 ‘긴가민가’ 남의 의심만 사는 질 낮은 부류입니다.

서완식 어문팀장

삽화=전진이 기자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