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예수-박중근] “목회자 가정에 주신 고난 원망하다 주님처럼 소외된 사람들 사역 관심”


 
박중근 목사(가운데)가 지난 3일 서울 서대문구 아현성결교회에서 열린 ‘기성 제111년차 성결인대회 및 목사안수식’에서 목사 안수를 받고 있다. 박중근 목사 제공


“살아있는 것 자체가 제겐 은혜입니다. 하나님이 살려주신 이유를 생각하며 세상의 어려운 이들과 벗하며 살겠습니다.”

최근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총회장 신상범 목사) 총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은 박중근(38·사진) 목사의 소감이다. 현재 서울 강북구의 세상의벗교회(이민우 목사)에서 예배 담당 부교역자로 사역 중인 그에게 목사 안수는 특별하다. 대학원 생활 3년에 전임사역 4년, 총 7년 동안 장애를 가진 첫째 딸(8)을 돌보고 희귀병을 앓는 둘째 딸(5)까지 간병해야 했다. 게다가 본인은 혈액암과 싸워야 했다. 지난 5일 박 목사를 부천 소사본동에 있는 교회 사역공간에서 만났다.

그가 병을 알게 된 건 지난해 겨울이었다. 가을부터 계속된 감기 기운이 나아지지 않아 찾아간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급성 림프종 혈액암’ 진단을 받았다. 목 아래쪽부터 발끝까지 온몸에 암세포가 퍼져 있어 생존율은 50% 정도에 그쳤다.

눈앞이 아득해졌다. 그에겐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첫째 딸과 선천적으로 단백질 분해효소가 부족한 희귀병인 대사증후군으로 투병 중인 둘째 딸이 있었다. 막내아들(3)과 아내까지 삼남매 아버지이자 남편, 부교역자로 치열하게 살던 그에게 암 투병은 크나큰 좌절로 다가왔다.

올 초 항암치료를 시작하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날이 이어졌다. 하지만 박 목사는 오디오성경을 들으며 하나님께 눈물로 매달렸다. 입원기간 40일 동안 ‘영성일지’를 쓰며 말씀을 읽고 기도하며 전화로 성도를 심방하려 노력했다. 그는 이때 요한복음 9장을 읽으면서 좌절을 희망으로 바꾸는 경험을 했다고 고백했다.

“주님은 ‘맹인으로 난 것이 사람의 죄가 아니라 하나님의 일을 나타내기 위함’이라고 말씀하셨어요. 나 역시 원망 아닌 하나님 은혜에 초점을 맞추자는 생각이 들자 하나님의 계획을 기대하는 마음을 갖게 됐어요.”

그의 건강은 꽤 호전된 상태다. 하지만 골수 등에 전이된 건 없는지 정밀검진을 남겨 두고 있어 안심할 수는 없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그의 목소리는 밝았다.

“첫째에 이어 둘째도 아팠을 때 ‘목회자 가정에 왜 고난을 주시나’ 하는 마음이 들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여러 일을 겪으며 이것이 축복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예수님처럼 약하고 소외된 자를 돌보는 사역에 관심을 갖게 됐기 때문이죠.”

자녀에 이어 본인까지 고난을 겪으면서 목회를 포기할 생각은 없었을까. 그는 “장애인 부모들이 흔히 ‘아이보다 하루 더 늦게 죽고 싶다’고 하는데 저는 천국에서 ‘아빠 때문에 행복했어요. 고마워요’ 소리 듣는 게 꿈”이라며 “이런 천국 소망 때문에 제가 웃을 수 있는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치료 후 사회복지대학원에 진학해 사회복지 전문 사역을 펼칠 예정이다. 딸과 같은 장애인을 돌보는 사회복지센터를 세운다는 청사진도 그리고 있다. 박 목사는 “남은 생애 주님 뜻대로 순종하는 성결한 목회자가 되길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부천=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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