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인 저자가 지난해 펴낸 ‘조선의 생태환경사’(푸른역사)는 이색적인 작품이었다. ‘생태환경’이라는 렌즈로 조선의 사회상을 면밀하게 살핀 책이었는데 시각이 참신하고 내용도 풍성해 눈길을 끌었다.
저자는 기함할 정도로 많은 사료를 가져와 조선시대에 인간과 환경이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들려줬다. 특히 화제가 됐던 것 중 하나는 소고기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저자는 1인당 섭취량을 기준으로 보면, 조선 사람들이 20세기 말 한국인보다 더 많은 소고기를 먹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건 왠지 믿기지 않는 말이다. 조선은 가난하고 낙후된 나라 아니었던가. 그런 나라 백성들이 20세기 말 한국인보다 더 자주 소고기를 먹었다는 게 진실일까.
물론 충분한 근거를 바탕으로 전개한 주장이었지만 선뜻 공감하기 힘든 독자도 적지 않았을 듯하다. ‘조선, 소고기 맛에 빠지다’는 이런 독자들을 위한 책이다. 물론 전작을 읽지 않았더라도 재밌을 것이다. 저자는 ‘조선’과 ‘소고기’의 관계를 깊숙하게 파고든다.
그 시절 소는 농사를 짓는 데 요긴한 가축이었다. 소 한 마리의 노동력을 인간이 대신하려면 많게는 10명 넘는 사람이 달려들어야 했다. 소는 많은 이들에게 가장 귀한 재산이었다.
그런데 이렇듯 신성시되던 소는 탐식(貪食)의 대상이기도 했다. 인구가 1500만명 수준이던 17세기 후반 조선 땅에서는 매일 1000마리 넘는 소가 도살됐다. 명절엔 그 숫자가 2만∼3만 마리까지 치솟았다. 지금이 그렇듯 조선시대에도 소고기는 최고의 음식이었던 셈이다.
책에는 이렇듯 우리 민족이 소고기를 얼마나 탐닉했는지 확인케 만드는 내용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소고기라는 소재만 갖고도 이토록 풍성한 얘깃거리를 전할 수 있다는 게 놀라울 정도다. 무엇보다 저자의 구성진 입담 덕분에 속절없이 빠져들게 된다. 조선시대에 어떤 사람들이 소고기를 즐겨 먹었으며 도살과 유통 시스템은 어땠는지, 조선 사람들이 어떻게 소고기를 요리해 먹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