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과격파에 의한 전 세계적 테러, 국내적으로는 ‘미투(#MeToo) 운동’에서 전직 대통령 비리로 이어지는 각종 사건 사고에 등장하는 종교인들. 종교를 행동의 전제로 둔 일부의 종교인들 때문에 종교는 신랄한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사회 전반에 미치는 종교의 함의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최근 일본에서 종교를 주제로 삼은 대담집이 출판돼 화제가 되고 있다. 일본의 대표 저널리스트 이케가미 아키라, ‘지식의 거인’으로 불리는 사토 마사루 등 유명 지식인들이 바로 이 대담의 당사자들이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종교가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비해서 그 영향력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가 부재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현대 일본이나 세계가 지닌 문제에 대한 전체적인 시각을 갖기 위해서도 종교에 대한 논의는 필수적이며, 종교란 요소를 버리고 생각할 수 있는 진실이란 극히 제한된 것이라는 의견에 동조한다.
대담집에는 인간은 기본적으로 초월적 존재에게 의지하려는 근본 감정을 가지고 있으며, 인간은 한번도 그 존재를 의식하지 않고 산 적이 없다는 논점도 제시돼 있다. 특히 기독교인이기도 한 사토 마사루는 흥미로운 의견을 개진한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돈’이라는 대상을 초월적 존재로서 신격화하고 있으며, 자본주의 경제발전 과정에서 ‘돈’이라는 신이 형성되었다고 역설한다. 이와 더불어 인간은 학벌과 국가 등을 모두 자신이 절대적으로 의지해야 할 대상으로 신격화하고 있으며, 우리의 주변에는 온통 종교적인 것투성이라고 주장한다. 대담집은 전체론적인 관점에 더해 일본의 고유한 신앙인 신도(神道)와 야스쿠니 신사 문제, 오키나와의 신관 등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나고야=유혜림 통신원(나고야 상과대학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