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피었을 때는 엄동설한이어서/ 오얏꽃은 희지 못했고 복숭아꽃도 붉지 못했지/ 지금은 매화꽃이 이미 어른의 자리에 있으니/ 어찌 어린 자들과 봄바람을 다투겠는가?”
중국 북송시대 당경(唐庚)의 시 ‘이월에 매화를 보고’ 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눈보라 속에서 꽃망울을 터뜨렸던 매화는 봄꽃들의 영광을 시샘하지 않습니다. 겨울에 피어 봄을 세는 술래였다는 자부심으로 봄의 자리를 양보하며 축복합니다. 에베소서 2장 10절에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우리는 그가 만드신 바라.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선한 일을 위하여 지으심을 받은 자니.(엡 2:10상)”
이 구절에서 ‘만드신 바라’고 번역된 헬라어 원문은 ‘포이에마’입니다. 포이에마에서 영어의 포임(poem), 즉 ‘시’가 나왔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포이에마 ‘걸작품 시’라는 것입니다. ‘작품’은 ‘상품’을 부러워하지 않습니다. 다른 작품을 시샘하지도 않습니다. 나만이 나타낼 수 있는 하나님의 영광에 감사하고 노래할 뿐입니다. 달팽이는 빨리 달리는 말(馬)을 부러워하지 않습니다. 중년의 가장(家長)이 젊은이와 팔씨름에 졌다고 실망하지 않습니다. 눈물 속에 가족을 부양해 왔던 자부심이 팔씨름 때문에 무너지진 않습니다. 매화는 봄꽃들을 시샘하지 않습니다. 매화보다 더 아름답고 고귀한 하나님의 걸작품인 우리가 움츠릴 이유가 없습니다.
한재욱 목사(서울 강남비전교회)
그래픽=이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