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6일 이후, 우리들의 삶이 달라졌다. 많은 사람들이 같은 곳을 바라보게 되었고, 말을 잃기도 했다. 입술이 벌어졌지만 새어나오는 것은 언어로 기록하기 힘든 소리들이었다. 소리들을 짓밟는 음모와 폭력의 말들이 사람들의 목을 조이고, 분노하게 만들었다. 소리들은 조각나고 흩어지기도 했다. 때로는 어떤 단어와 말들은 사용하는데 주저하게 되었고, 우리가 믿어 왔던 언어를 의심하는 동시에 또 다른 언어의 힘을 믿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목소리와 목소리 사이사이 스며들어 출렁이게 만드는 뜨거운 무언가가 우리를 움직이게 했다. 사람들이 있었다. 그날은 4월 16일이었고, 오늘도 4월 16일이다.
영화 ‘그날, 바다’를 보는 동안 여기저기서 한숨과 탄성이 터져 나왔다. 영화는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해 정부가 발표한 항적기록의 오류와 문제점으로부터 출발한다.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세월호 근처에 있던 화물선 선장과 생존자들의 증언, CCTV와 차량 블랙박스, 해안지형 등 여러 데이터들을 모아 과학적으로 분석하면서 숨겨진 사실들을 밝혀내는 과정을 보여준다. 조금씩 퍼즐 조각을 맞춰가는 것을 보며 몰입하게 되었는데, 오히려 눈앞의 영상이 허구적으로 치밀하게 만든 스릴러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빠질 정도로 계획되었다는 의심과 더불어 침몰한, 어쩌면 침몰시킨, 최초의 물음에 다다르게 되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다니며 자리에서 쉽게 일어날 수 없었다. 조각나고 흩어진 퍼즐의 영상과 소리와 언어들이 이제 막 맞춰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퍼즐의 틀을 찾는 거대하고 중요한 작업이 기다리고 있다. 그 틀은 어쩌면 우리가 감당하기 힘든 사실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니 그렇기 때문에. 영화의 엔딩크래딧을 가득 메우고 있는 ‘잊지 않겠습니다’ ‘진실은 밝혀진다’는 언어들이 계속 빛을 발하고 있다. 사람들이 있었다. 그날은 4월 16일이었고, 오늘도 4월 16일이다. 아직은 내일도 모레도 그 다음날도 계속 4월 16일이다.
김태용(소설가·서울예대 교수)
삽화=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