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기도회 마치고 부목사님들과 출발할 예정입니다. 한강둔치 반포대교 남단 인근의 편의점에서 오전 7시30분에 만나시죠.” 이요한 묘동교회 담임목사가 지난 12일 오전 7시 강남구 도곡로에 있는 교회에서 로드 자전거를 타고 출발하면서 기자에게 이렇게 문자를 보냈다.
교회에서 양재천으로 진입해 다시 한강둔치 자전거도로를 따라 이동한 이 목사 일행은 이날 9㎞ 남짓한 거리를 평균 시속 19∼20㎞로 달려 7시25분쯤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그는 자전거 예찬론자다. “자전거는 정직한 운동입니다. 오직 두 다리의 힘만으로 가장 빨리, 또 가장 멀리 갈 수 있죠. 잠시라도 페달을 돌리지 않으면 속도가 줄어들고 결국 넘어집니다. 하지만 페달을 돌리는 동안은 멈추지 않고 달리죠.”
이 목사가 운동을 위해 안장에 오른 건 2014년이었다. 의사가 자전거를 권했다. “목사의 일상은 독서와 설교준비, 심방 등으로 정적입니다. 그런 사실을 안 의사가 자전거를 추천했습니다. 비만과 심장질환, 당뇨병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고 수차례 설명했죠. 거의 설득하다시피 설명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이 목사는 부목사들에게도 자전거를 권했다. 함께 건강한 목회를 하기 위해서였다. 서로 바쁘다 보니 짬을 내 자전거를 탄다. 이 목사의 경우 월요일 이른 아침이나 토요일 저녁을 이용한다. “보통 주일사역을 마친 뒤 심신을 정비하기 위해 월요일 아침에 타거나 설교 준비를 모두 마친 토요일 저녁에 안장에 오릅니다. 긴 시간을 낼 수 없다 보니 짧은 거리라도 꾸준히 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목사는 한여름이나 겨울엔 실내에서 고정식 트레이너를 이용한다. 고정식 트레이너는 ‘자전거 러닝머신’으로 자신의 자전거를 가지고 실내에서 운동할 수 있는 기구다. 자전거 예찬론은 늘 목회의 동반자론으로 이어진다. 이 목사는 하나님이 주신 창조세계 속을 달린다는 기쁨이 무엇보다 크다고 말한다. 묵상의 시간이 길어지는 건 보너스다. “탁 트인 야외에서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것은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됩니다. 설교의 주제를 반복해서 묵상하는 데 이보다 좋을 수 없죠. 제게 자전거는 움직이는 기도실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목회를 돕는 좋은 동반자가 바로 자전거입니다.”
‘체력은 영력’이라는 말은 목사 세계의 유행어다. 그만큼 철저한 영육 관리가 건강한 목회의 첩경이라는 의미다. 운동이야말로 체력을 기르는 출발점이다. “주님께서도 미명(未明)에 한적한 곳에서 기도하셨다는 마가복음의 말씀이 있습니다. 주님도 사역 중 오는 긴장감을 풀기 위해 당신만의 시간을 가지며 재충전하셨던 게 아닐까요. 목사님들께 자전거를 권합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