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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공모 최상위 조직원 30여명 ‘댓글조작’ 공모 가능성



노비·달·열린지구·숨은지구… 7등급 나눠 철저하게 회원 관리
강의료·물품 판매로 자금 마련 출판사 임대료·운영비 등 충당
드루킹 등 일당 3명 구속 기소… 경찰, 수사팀 30명으로 확대


인터넷 여론 조작 혐의로 구속된 김모(48·닉네임 드루킹)씨의 조직인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의 최상위 조직원이 30여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리더 격인 김씨와 함께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는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페가 철저한 등급 체계로 유지됐고 상위 등급으로 갈수록 핵심정보에 접근할 가능성이 높아 이들이 인터넷 여론조작에 관여했거나 적어도 방관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일보가 17일 확보한 경공모 내부 등급표(2016년 8월 작성)를 보면 회원 등급은 모두 7단계로 구분된다. 먼저 노비, 달, 열린지구, 숨은지구 4단계가 있는데 이는 기준이 모두 공개돼 있다. 여기서 등급을 올리려면 오프라인 강의 참석과 불참 동영상 신청, 산채(파주의 느릅나무출판사가 운영하는 북카페) 강의 이수 등을 해야 한다. 노비에서 달로 승급을 원할 경우 ‘가입인사 등록과 오프라인 참석 2회 또는 동영상 신청 4회, 산채 강의 8회’ 참석이 조건이다.

경공모 내 비밀 모임에 참여할 수 있는 건 숨은지구 등급 이상이다. 이들은 ‘숨은 카페의 지구등급과 숨은 초대’ 권한이 주어진다. 숨은지구 등급이 되면 다시 지구 태양 은하 우주 순으로 새롭게 등급이 분류된다. 승급심사는 30여명의 경공모 스태프가 매달 만나 다수결로 결정한다. 최상위 우주등급이 되려면 1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전 경공모 회원은 “작지만 철저한 계급 사회였다”고 했다.

경공모의 철저한 회원 관리 체계를 보면, 구속된 김씨 등 3명과 최근 추가로 붙잡힌 박모(30)씨 등 2명 외에도 최상위 스태프 30여명이 댓글 조작 사실을 공유하거나 암묵적으로 동조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씨는 ‘댓글조작 프로그램(매크로)’을 입수한 장본인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날 자금출처와 추가 범행 유무, 배후 파악을 위해 수사팀을 2개 팀(13명)에서 5개 팀(30명)으로 확대했다. 강제수사를 통해 김씨가 조작한 것으로 의심되는 인터넷 기사가 3100여개에 달한다는 정황을 확인하고서도 늑장을 부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김씨 등은 유료 강연이나 비누 판매 등을 통해 모임과 회사 운영자금을 마련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하지만 느릅나무출판사 임대료나 월 지출금 규모를 봤을 때 김씨 등이 진술한 수입으로는 충당하기 어렵다고 경찰은 의심하고 있다. 경공모 회원들은 김씨의 강의를 1회당 3만∼5만원정도 내고 들었다고 한다. 비누 업체 ‘플로랄맘’ 상품 역시 수천원에서 1만원대였다. 경찰 관계자는 “일반 상식에 비춰볼 때 안 맞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경찰은 그동안 김씨 등 5명의 계좌 15개만 임의 제출받아 자료를 분석했다. 댓글 전초기지로 지목된 느릅나무출판사 계좌 등은 계좌추적 영장조차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피의자 5명에 대한 통신영장도 지난 11일 검찰에 신청했지만 보강을 거치다 17일에야 법원에서 발급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정상대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압수수색에서 휴대전화를 확보해 연락처와 통화내역을 분석했고 피의자들이 삭제했을 가능성이 있어 통신영장을 신청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진동)는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로 김씨 등 3명을 구속 기소했다.

허경구 황인호 황윤태 기자 nine@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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