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을 팔로 휘어 감고 입맞춤 ‘내게 잘 보이면 클 수있다’ 말도”
체육회 성희롱 예방 책임자는 “여자끼리 뽀뽀할 수 있는 일…”
사건 무마·은폐 의혹도 일어
쇼트트랙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최민경(36·사진)씨가 ‘미투(#MeToo)’ 폭로에 나섰다. 지난해 대한체육회 여성 간부 A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이다. 이경희 국가대표 리듬체조 상비군 감독 이후 체육계 내 두 번째 미투다. 최씨는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땄다.
최씨는 17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지난해 7월 회식 2차로 울산의 한 노래방에 갔다가 A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가 최씨 목을 팔로 휘어 감고 입맞춤을 했다는 것이다. 최씨는 “굉장히 불쾌했다. A씨가 ‘너 나한테 잘 보이면 대한체육회에서 클 수 있다’는 말을 해 당황스럽기도 했다”고 말했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2월 A씨를 직위 해제했다. 그는 현재 대기발령 상태다.
대한체육회 인사총무부는 최근 외부 전문가들로 성희롱고충심의위원회를 구성해 A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다른 부서원들의 진술을 듣고 경위서를 받았다. 위원회는 지난 10일 ‘A씨의 행위는 성희롱으로 판단된다’고 결론 내렸다.
최씨는 “성추행을 당했는데 왜 성희롱으로 축소하는 것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성추행이란 용어가 대한체육회 내부 규정에 없다”며 “심의위원들이 양성평등기본법에 명시된 성희롱 정의를 토대로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성희롱 예방 담당부서를 총괄하는 고위 간부가 이 사건을 무마·은폐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최씨가 국민일보에 제공한 경위서에는 본부장급 간부 B씨가 지난 1월 5일 식사자리에서 최씨에게 ‘여자가 여자에게 뽀뽀하는 정도는 있을 수 있는 일 아니냐’ ‘앞으로 승진도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할 거냐’ ‘운동선수 시절에도 이런 일이 많지 않았느냐’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적혀 있다. B씨는 “무마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회유할 생각이 있었다면 지난 1월 식사 후에도 지속적으로 연락했을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대한체육회는 A씨와 B씨에 대한 감사를 마쳤으며 조만간 징계를 내릴 계획이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인사위원회를 열어 두 사람의 징계 여부 및 수위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성추행이 아니라 성희롱이라는 위원회 결정에 불복해 이날 A씨를 성추행 혐의로 서울 송파경찰서에 고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씨를 불러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A씨를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손재호 이상헌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