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美 각료로는 첫 방북 올브라이트, 김정일과 회담
2014년 억류 미국인 석방 위해 클래퍼 DNI 국장도 평양 방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내정자의 극비 방북 사실이 17일(현지시간) 알려지면서 북·미 고위급 접촉의 역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90년대부터 각종 고위급 접촉을 해온 북한과 미국은 2000년 5월 남북 정상회담 등의 해빙 무드 속에서 여러 차례 만남을 가져 왔다. 빌 클린턴 미 행정부 시절인 2000년 10월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의 북한 방문은 폼페이오의 이번 방북을 떠올리게 한다.
올브라이트는 북한의 핵·미사일 폐기 및 북·미 수교, 이를 위한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을 준비하러 북한에 갔다. 방북 직전 북한의 2인자였던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전권 특사로 미국을 방문했었다. 조 부위원장과 올브라이트 장관은 공동성명을 통해 상호 적대정책 배제, 상호 주권존중, 무력 불사용, 내정 불간섭 원칙 합의를 발표했다.
이 합의를 바탕으로 올브라이트는 평양에서 김정일과 회담을 가졌다. 미국 각료로는 북한 정권 수립 이후 최초의 북한 방문이었다. 이어 클린턴 대통령이 북한의 핵·미사일 폐기 및 북·미 수교를 일괄 타결할 예정이었지만 11월 초 대선에서 공화당의 승리로 북·미 화해 기조가 중단됐다. 당시 북한 문제는 중동 문제에 밀렸다.
클린턴은 대통령에서 물러난 뒤인 2009년 8월 평양에서 김정일과 면담하고 미국인 여기자 2명의 석방을 이끌어냈으나 개인 자격의 방문이었다. 전직 대통령의 방북은 1994년 6월 평양에서 김일성 주석과 회담하며 북핵 문제 해결을 모색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사례도 있다. 카터는 2010년 8월 북한으로 가 억류 미국인 아이잘론 말리 곰즈를 데리고 나왔다.
현직 장관급으로는 제임스 클래퍼 당시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2014년 11월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케네스 배와 매튜 토드 밀러의 석방을 위해 평양을 찾은 바 있다.
이외에 정치권 인사나 외교 실무진의 방북 사례는 많다. 91년 6월 도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장관이 이끄는 미국 국제안보연구소 대표단이 평양에서 북측과 토론회를 여는 등 90년대 전반부터 방북 행렬이 이어졌다. 하지만 아무래도 북한 핵·미사일 현안을 논의할 회담이 잦았던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전반에 집중돼 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해 6월 미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평양을 방문해 억류돼 있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석방을 끌어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