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정세 소외감에 초조
북·미 ‘특사 접촉’ 날아들며 미·일 정상회담도 맥빠져
트럼프 “납치 문제 꺼낼 것”

북·미 최고위급 접촉이 이뤄지는 등 한반도 정세가 급물살을 타는 것과 관련해 18일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모든 기회를 붙잡고 한·미·일 3국이 긴밀하게 정책을 조율하고 싶다”고 밝혔다. 더 이상 ‘재팬 패싱(일본 배제)’을 당하지 않고 일정 부분 역할을 하고 싶다는 뜻이다.

미국 방문에 나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17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회담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최고위급 접촉 사실과 남북 종전협정 지지 의사를 밝히는 바람에 미·일 회담 내용이 주목을 덜 받기는 했지만, 일본으로서는 중요 현안인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북·미 정상회담 의제에 끼워 넣는 성과를 얻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를 제기하겠다. 일본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아베 총리는 고마움을 표시했다. 스가 장관도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한다”며 “미국과 계속 협력해 모든 납북자들이 하루빨리 귀국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단둘이 북한 및 경제 문제에 대해 상당히 깊은 대화를 나눴다”며 “각 문제의 매우 중요한 점에서 인식을 일치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은 회담 분위기가 부드러웠다며 “자국에서 스캔들로 어려운 상황에 있는 두 정상이 잠깐이나마 편안한 시간을 보낸 것 같다”고 전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내정자가 극비리에 방북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났다는 소식에 대해 스가 장관은 “미국과 정보 공유를 하고 있지만 외교상의 정보 교환에 대해 답하는 것은 자제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18일(한국시간 19일) 오전에 골프 라운딩을 하고 오찬을 함께한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회담 성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납북 일본인 요코타 메구미씨의 남편으로, 한국에서 납북된 김영남(56)씨가 한국에 사는 어머니 최계월(93)씨를 평양에 초청할 계획이라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한국의 납북자가족 모임 최성룡 대표는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 후 최씨를 초청하는 방안을 승인했다고 통신에 밝혔다. 북한은 13살 때인 1978년 납북된 요코타씨가 이미 사망했고 김씨는 다른 여성과 재혼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2006년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서 어머니 최씨와 만났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