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김영철 라인 방북 주선” 오산 美 공군기지 경유한 듯
회담 장소도 논의… 결론 못 내
김정은, 예술단 공연 관람 때 “4월 초 정치 일정 복잡” 발언 폼페이오 방북 염두에 둔 듯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내정자의 최근 방북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말로 북·미 정상회담에 진지하게 임할 것인지를 판단하기 위한 차원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폼페이오는 김 위원장을 만나고 돌아간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회담을 하는 게 좋겠다는 취지로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 통신은 18일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같이 전하면서 “폼페이오가 귀국 뒤 제출한 보고서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본 결과 정상회담을 해볼 만하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보고했다”고 보도했다.
폼페이오는 또 방북 때 회담 장소를 타결지으려 했으나 결론짓지 못했다고 보고했다. 이는 그만큼 북한과 미국이 장소 문제로 팽팽히 맞서고 있음을 시사한다. 회담 장소 이견 때문에 폼페이오가 정상회담과 관련한 다른 사안들도 마찬가지로 최종적으로 조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폼페이오의 방북은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북한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주선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이 지난 1일 남북 예술단의 평양 공연을 관람한 뒤 “4월 초 정치 일정이 복잡해 시간을 내지 못할 것 같아 오늘 공연을 보러 왔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폼페이오와의 회동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당초 2일 공연을 보러 올 것으로 알려졌었다.
폼페이오는 경기도 오산 주한미군 공군기지에서 항공편을 이용해 방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및 정부 소식통들은 폼페이오가 방북할 때 오산기지를 경유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도 그 가능성을 완전히 부인하지는 않았다. 한국 이외 일본이나 미국령 괌 등을 경유해 방북하려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하기 전 비행 목적과 항로 등을 우리 군에 사전 통보해야 하는데 그런 정황은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평소에도 오산기지를 통해 항공기로 미군뿐 아니라 군인 가족이나 군무원과 같은 민간인들을 정기적으로 수송하고 있다. 일반 국제공항을 이용할 경우 왕래 사실이 노출되기 때문에 미 정부나 정보 당국자들도 오산기지를 자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항공기가 북한으로 넘어가려면 우리 군 당국에 포착되기 때문에 미국이 사전에 우리 측에 폼페이오의 방북 사실을 알렸을 것으로 보인다. 제임스 클래퍼 전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2014년 11월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석방을 위해 평양을 찾았을 때에도 우리 측에 방북 사실을 사전 통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