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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보통 사람들을 희망으로 이끄는 안내서



노로는 충분하지 않다/나오미 클라인 지음/이순희 옮김/열린책들/384쪽/1만7000원

도널드 트럼프가 어쩌다 미국의 조종간을 잡을 수 있었는지 다룬다. 눈길을 끄는 건 트럼프를 하나의 ‘브랜드’로 간주한 뒤 ‘트럼프 현상’의 실체를 파고든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알려졌다시피 트럼프는 부동산으로 큰돈을 벌었고 온갖 사업을 벌여 대단한 성공을 거뒀다. 오랫동안 ‘트럼프’라는 이름은 미국 상류층의 삶을 대표하는 것 중 하나였다.

트럼프는 건물 생수 안경 향수 등에 ‘트럼프(TRUMP)’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부를 거머쥐었다. 그리고 이런 브랜드 파워를 활용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책엔 이런 대목이 등장한다. “지금 우리는 원하든 원치 않든 트럼프 브랜드 세계 안에 갇혀 있다. 우리는 트럼프가 수익을 올리려고 만든 리얼리티 TV 프로그램의 단역 배우 신세가 되었다.”

캐나다 출신 저널리스트인 나오미 클라인(48)이 썼다. 저자의 전작인 ‘쇼크 독트린’(2007)이나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2014)를 읽은 독자라면 반색할 만한 신간일 듯하다.

저자는 트럼프의 당선은 결코 충격적인 사건이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트럼프는 “세계 사람들 눈앞에 내밀어진 거울”이다. 그는 이렇게 적었다.

“트럼프 행정부를 위험하고 별난 인물의 이야기로 볼 게 아니다. 더 정의롭고 더 안전한 세계를 지향하는 사회 운동들과 정치 운동들의 세력 강화에 맞서는 격렬한 저항이란 맥락에서 이해해야만 한다. …(트럼프는) 오래전에 차단해야 했던 도처에 퍼져 있는 아이디어들과 동향들이 낳은, 진부하기 짝이 없고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결과물이다.”

이 책이 전하려는 메시지는 제목에 담겨 있다. “안 돼(No)”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니 세상을 바꾸려면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다른 미래로 이어지는 믿을 만하고 가슴 뛰게 하는 경로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유려한 문장과 통렬한 비판이 돋보이는 뜨거운 책이다. 소설 ‘작은 것들의 신’으로 유명한 작가 아룬다티 로이는 이 책을 “보통 사람들을 희망으로 이끄는 안내서”라고 평가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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