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 당일 두 정상의 대부분 일정이 생중계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와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하는 순간을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게 됐다.
남북은 18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2차 의전·경호·보도 실무회담을 진행하고 이같이 합의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양측은 각 부문에서 큰 틀의 합의를 이뤘다”며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의 첫 악수 순간부터 회담의 주요 일정과 행보를 생방송으로 전 세계에 알리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 정상의 공동 기자회견, 김 위원장 부인 이설주의 방남 문제도 함께 논의됐다. 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을지, 차를 타고 넘을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다만 생중계 방식을 고려하면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정상 국가를 강조하고 있는 북한의 대외정책을 고려하면 김 위원장이 이설주와 동행할 가능성도 높다. 이설주가 오면 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와 별도 행사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생중계는 우리 측이 1차 실무회담 때 제안했고, 이번 회담에서 북측이 흔쾌히 수용했다”며 “생중계 합의만으로도 전체적으로 큰 틀의 합의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정상회담 당일 세부 일정은 아직 추가 협의할 게 남아 있다”며 “정상 간 비공개 회담을 제외한 주요 일정들은 모두 생중계된다”고 말했다.
남북은 앞으로 고위급 회담과 추가 실무 회담을 개최해 의제와 남은 절차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합의가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다시 방북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에선 한반도 비핵화와 함께 6·25전쟁 종전(終戰)선언이 핵심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종전 협상은 ‘군사대결 종식선언 및 이행조치 합의’로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 정상회담 원로 자문단인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서울 종로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간담회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된 남북 간 독자 합의가 가능한 분야에서 성과를 낼 필요가 있다”며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군사적 대결을 해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무장지대(DMZ) 원상 복원, DMZ내 남북 감시소초(GP) 철거, 휴전선에서 상대방 비방선전시설 철거를 군사대결 종식을 위한 실질적 조치로 제시했다.
군사분계선 기준 남북 2㎞에 걸쳐 있는 DMZ는 남북 간 적대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설치된 일종의 완충지대다. 1953년 7월 체결된 정전협정에 따라 민사행정 및 구제사업과 관련해 제한된 인원(남북 각 1000명)만 들어갈 수 있도록 돼 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남북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해당 인원을 동시에 철수시키는 데 합의하고 이를 이행하면 획기적인 이벤트가 될 것이란 얘기다.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합의를 내놓기는 어려운 만큼 남북 간 군사적 대결 종식은 가장 가시적인 성과가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남·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물밑 작업은 이미 시작됐다. 정 실장은 지난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의 백악관 면담에서 남·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지명자의 전격적인 방북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강준구 권지혜 기자 eyes@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