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틴 슐츠처럼 급격하게 정점과 바닥을 경험한 정치인은 드물 것이다. 지난해 독일 총선 초기에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지지도를 압도하며 지지부진하던 사회민주당(SPD)의 구원투수이자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떠올랐던 슐츠는 선거 패배 후 당과 당원들의 지지를 잃게 된다.

‘슐츠 스토리(Die Schulz-Story)’의 저자 마르쿠스 펠덴키르헨은 드라마틱했던 슐츠의 정치 인생사를 통해 독일의 정치문화를 상세히 소개한다.

2014년 66.8%의 비교적 높은 지지를 얻어 유럽의회 의장으로 선출됐던 슐츠는 2016년 새로 임기가 시작되는 유럽의회 의장에 입후보하는 대신 2017년 독일 연방의회 선거에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사민당 1번 후보로 출마하게 된다. 당시 사민당 대표였던 지크마어 가브리엘은 총리 입후보를 포기하고 슐츠를 총리후보 및 당대표로 추대한다. 슐츠는 전당대회에서 1875년 창당 이래 최초로 100%의 지지로 당 대표에 오르는 영광을 차지한다. 이로써 그는 4번째 연임에 도전하는 메르켈 총리의 강력한 대항마로 부상하지만 결국 선거에 패배하고, 나락으로 떨어진다. 혹자는 “사회·경제 정의가 사민당 공약의 주춧돌이 될 것”이라던 슐츠가 겸손하고 개방적이며 배려 깊은 사람이지만, 포퓰리즘이 난무하는 오늘날의 정치판에서는 오히려 그런 모습이 역효과를 냈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총리 후보로 우뚝 선 슐츠, ‘메르켈 효과’를 넘지 못했던 ‘슐츠 효과’, 슐츠표 총선 전략의 시험대였던 주의회 선거의 패배 등을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독일 정치의 현실과 이면을 실감나게 목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슈피겔 베를린 지사의 편집자 겸 리포터이자 정치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슐츠의 선거운동에 대한 보도로 ‘2017년 올해의 르포르타주상’과 ‘2017년 올해의 저널리스트상’을 수상했다.

베를린=김상국 통신원 (베를린자유대학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