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월드

자폐 이웃의 쇼핑 위해… 매주 1시간 전등 끄는 슈퍼마켓

사진=뉴질랜드 헤럴드 캡처


매주 1시간 음악 끄고 조도 낮춰 민감한 자폐성 장애인 위한 조치

수요일 오후 3시부터 4시까지 1시간 동안 슈퍼마켓 ‘카운트다운’은 음악과 모든 안내방송을 끄고, 조명은 최대한 어둡게 한다. 직원들은 카트가 굴러가는 소리조차 나지 않도록 조심한다. 이 ‘고요한 시간’은 자폐성 스펙트럼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를 가진 지역 이웃들을 위한 시간이다.

뉴질랜드 북섬 남서부에 있는 소도시 마턴의 한 슈퍼마켓에서 자폐증을 앓는 시민들이 장을 볼 수 있도록 배려하는 시간을 마련해 호응을 얻고 있다고 현지 언론 뉴질랜드헤럴드가 19일(현지시간) 전했다.

뉴질랜드의 슈퍼마켓 체인인 카운트다운 마턴 지점은 지난 4일 세계 자폐증 인식의 날(4월 2일) 주간을 맞아 처음으로 자폐인을 위한 조용한 쇼핑 시간을 가졌다. 자폐증을 앓고 있는 13세 아들 헌터를 키우는 직원 라라 호그의 제안에 따른 것이었다. 시장 보기는 평범한 사람들에겐 사소한 일상일지 몰라도 이들에겐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시각과 청각이 민감한 탓에 외부 환경에 노출되면 긴장하고, 소리를 지르거나 난폭한 행동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일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뉴질랜드 자폐재단이 페이스북을 통해 이 소식을 알리자 많은 지역에서 같은 기회를 마련해 달라는 요청이 빗발쳤다. 카운트다운 마턴 지점은 매주 고요한 시간을 갖게 됐고, 본사는 다른 지점에도 이 제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라라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채 자폐증을 앓는 아들을 데리고 시장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아이에게 어떻게 얌전하게 걷는지, 카트는 어떻게 미는지, 의사결정은 어떻게 하는지 가르쳐 줄 기회가 생겼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